[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데이식스(DAY6), 이래서 대세였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데이식스가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 돔(KSPO DOME)에서 세 번째 월드투어 ‘포에버 영(FOREVER YOUNG)’의 피날레 공연을 열었다. 공연장 한복판에 설치된 360도 무대를 향해 성진, 영케이, 원필, 도운이 걸어나오는 순간, 1만6000명의 마이데이(팬덤명)가 일제히 함성을 터뜨렸다. 마치 데이식스가 관객들의 심장으로 진입하는 듯한 진동이었다.

예열은 필요 없었다. 오프닝곡 ‘베스트 파트(Best Part)’부터 관객들을 일으켜세웠다. ‘베터 베터(Better Better)’ ‘힐러(Healer)’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로 쉬지 않고 질주했다. 밴드 사운드는 단숨에 공연장을 집어삼켰고, 열광하는 관객들의 에너지가 천장을 뚫을 듯 솟구쳤다.

공연은 화려한 시각적 장치 대신 생생한 라이브에 집중했다. 30곡 넘는 세트리스트를 쏟아냈다. 멤버들은 무대를 벗어나지도 않았다. 노래하고, 또 노래했다. 상공의 대형 스크린은 멤버들의 표정과 연주에 포커스를 맞췄다. 지치는 사람도 없었다. 열창하는 멤버들이나, 떼창하는 관객들 모두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해피(HAPPY)’에서 “매일 웃고 싶어요, 걱정 없고 싶어요”를 합창하던 순간, 모두가 가사의 주인공이었다.

데이식스가 K팝 최정상에 오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이들은 단순히 사랑을 노래하는 밴드가 아니다. 청춘, 젊음, 꿈, 희망 등 우리의 삶에 감정을 맞추는 밴드다. 자극적이거나 무의미한 가사를 나열하는 방식은 데이식스 스타일이 아니다.

공감형 밴드. 이들은 문장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았다. ‘좀비(Zombie)’는 무기력한 삶을 반복하는 청춘의 내면을 “난 또 걸어, 정처 없이, 내일도 다를 것 없이, 그저 잠에 들기만을 기다리며 살아” 같은 가사로 다독인다. ‘녹아내려요’에는 온기가 있다. “따뜻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요, 너의 그 미소가 다시 버텨낼 수 있게 해줘요”라는 가사는 회복에 대한 염원이다. 데이식스의 노래는 하나의 글처럼 읽히고, 따라 부를수록 의미가 깊어진다.

이러한 철학은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구현됐다. 곳곳에 설치한 여러 대의 스크린을 통해 가사를 실시간으로 송출했다. 관객은 그 흐름에 맞춰 함께 노래했다. 일반적인 K팝 아이돌 공연과는 다른 구조였다. 가사를 읽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유도하는 장치였다. 데이식스의 노래는 가사에 공감하고 함께 부르는 순간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공연의 주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곡은 말미를 장식한 ‘웰컴 투 더 쇼(Welcome to the Show)’였다. “이것만큼은 맹세할게, 내 전부를 다 바칠게.” 10년 동안 함께하며 자신들의 성장을 지켜봐준 마이데이를 향한 데이식스의 약속이었다.

2015년 예스24 무브홀에서 시작된 데이식스의 공연사는 잠실실내체육관, 인스파이어 아레나, 고척스카이돔을 지나 마침내 케이스포 돔에 도달했다. 그 사이 데이식스는 성장했고, 메시지는 확장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멤버들의 회고는 팬들에게도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데이식스의 다음 10년을 향한 맹세의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월드투어는 전 세계 23개 도시, 45회 규모로 펼쳐졌다. 서울에서 6일간 열린 피날레 공연에는 누적 총 9만6000명의 관객이 몰렸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