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신선하다. 웰메이드 장르물의 등장이다. 구조적으로 신선하며 서사의 연결고리도 수준 높은 원작을 바탕으로 기획돼 탄탄하다. 주연은 물론 회차마다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까지 완벽에 가깝다. ‘용두용미(‘용두사미’에서 파생된 단어로, 시작과 끝이 모두 좋다는 의미)’가 기대되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퍼즐’이다.
지난 21일 첫 발을 뗀 ‘나인퍼즐’은 10년 전 의문의 살인범에게 삼촌 동훈(지진희 분)을 잃은 현직 프로파일러 이나(김다미 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강력팀 한샘(손석구 분)은 유일한 미결 사건인 동훈을 살해한 범인으로 10년간 이나를 의심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오해를 풀고 공조를 시작한다. 진실에 점점 다가간다. 총 11부작인 이 드라마는 첫 날 절반인 6부까지 공개했다.
‘나인퍼즐’의 첫인상은 ‘신선함’이다. 매 회차마다 벌어지는 사건들을 한편의 연극무대처럼 선보였다. 시청자들은 피해자의 시선에서, 가해자의 시선에서, 그리고 이나의 시선에서 반복적으로 사건을 훑어본다.
특히 이나의 서울지방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이 주고받는 추리 상황극은 특별한 재미다. 이나가 직접 가해자의 입장에 서고, 팀원들은 하나, 둘 질문을 던진다. “왜 죽였어?” “죽였을 때 기분이 어땠어?” 이들이 주고받는 대화들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은 직접 추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퍼즐’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스릴러물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각기 다른 살인 사건처럼 보이지만 매 사건 퍼즐이 하나씩 추가로 등장하며 큰 줄기로 엮여있음을 암시했다. 시작이 좋으니 큰 줄기를 따라 펼쳐질 탄탄한 이야기를 기대케 한다. 현재까지 ‘나인퍼즐’에 등장한 퍼즐은 4조각이다. ‘나인퍼즐’이라는 제목을 떠올렸을 때 이나와 한샘이 또 다른 사건과 맞닥뜨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은다.

더불어 윤종빈 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만화적인 세계관으로 톤을 맞췄다”고 자신했다. 이는 주인공 이나 역을 맡은 배우 김다미를 통해 톡톡히 드러난다. 이나는 넥타이와 플리츠 스커트를 매치한 스쿨룩을 애용한다. 가죽점퍼가 시그니처인 미디어 속 경찰과는 어딘가 다른 모습이다. 여기에 추리를 앞두고 안경을 착용한다. 하나씩 의문점을 짚어나가는 김다미 표 이나는 저절로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프로파일러’라는 현실 속 직업을 가진 이나의 통통 튀는 연기톤은 어딘가 비현실감을 준다. 어린아이 같은 해맑음으로 잔혹한 살해 방법을 줄줄 읊는다.
그런 이나와 대척점에 선 인물은 손석구가 연기한 한샘이다. 한샘은 10년째 이나를 윤동훈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의심 중이다. 이나가 하늘 위를 걷는 인물이라면 한샘은 땅에 발을 박아둔 인물이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수사한다. 손석구는 특유의 묵직한 연기톤과 생활감 가득한 연기를 보여준다. 두 사람의 상반된 연기톤은 만화적인 세계관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연기 구멍이 없다. 김다미, 손석구를 비롯해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배우들 역시 탄탄한 연기력을 보증한다. 배우 박규영, 이희준, 옥자연, 이성민 등은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배우 한 명 한 명의 열연과 탄탄한 이야기의 힘이 각자 하나의 퍼즐 조각이 된다. 이 모든 것이 한자리에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됐다.
6부까지 공개된 ‘나인퍼즐’에선 이나와 한샘이 공조를 시작했다. 오는 28일 3개, 6월 4일 2개의 새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과연 이나와 한샘의 극과 극 ‘케미’와 나머지 퍼즐 조각들이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감이 더해진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