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 기자] “구위가 좋던데.”
사령탑은 ‘1선발’ 역할을 기대한다. 그에 걸맞은 구속과 구위도 보여줬다. 적장도 인정했다. 반대로 약점 또한 확실히 보였다. 이 부분을 잡아야 진짜 1선발이 보인다. 롯데 알렉 감보아(29)가 주인공이다.
감보아는 27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4.2이닝 5안타 2사구 1볼넷 9삼진 4실점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투구수는 89개다. 90구를 넘기지 않겠다고 했고, 한계선에 걸리자 교체했다.

경기 전 김태형 감독은 “1선발 반즈를 바꿨으니까, 그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최고 시속 155㎞ 강속구가 일품이다. 꾸준히 시속 150㎞대 유지했다. 삼진 9개를 뽑은 가장 큰 원동력이다.
여기에 슬라이더가 날카로웠다. 커브 또한 힘이 있다. 밖으로 흘러 나가게 던지고, 아래로 뚝 떨어지게 던진다. 타자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단 4개 던졌지만, 체인지업도 있다.
결국 2회만 제외하면 실점은 없다. 매 이닝 잘 던졌으면 좋을 뻔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2회말 수비에 발목이 제대로 잡혔다.

기본적으로 투구폼이 크다. 다리를 크게 들어 올리고, 몸도 뒤로 틀었다가 앞으로 돌아온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도루 허용이 잦은 편이라 했다.
삼성도 이 점을 파고들었다. 역대 9호 트리플 스틸(3중도루)라는 진기록도 만들었다. 만루에서 감보아가 와인드업 자세로 공을 던졌다. 바닥을 바라보며 상체를 숙였다가 몸을 올린다.
등 뒤 3루 쪽이 거의 무방비 상태다. 이종욱 3루 주루코치가 주자 이성규에게 3루로 달리라는 사인을 냈다. 순식간에 이뤄졌고, 2루 주자 김지찬이 3루로, 1루 주자 이재현이 2루에 들어갔다. 3중도루다. 2-0에서 3-0이 되는 순간이다. 이후 감보아가 폭투까지 범해 1점 더 줬다.

3회부터는 동작이 확실히 작아졌다. 허리를 숙이는 모습도 없고, 바로 던졌다. 그랬더니 3회부터 5회 2사까지는 또 무실점이다.
경기 후 삼성 박진만 감독은 “확실히 구위가 좋더라. 동작이 크기도 했다. 뛰는 야구가 될 것이라 봤다. 코치들이 준비를 잘해줬다. 특히 이종욱 코치가 타이밍을 잘 잡았다”고 설명했다.
폼 외에 또 볼 것이 있다. 우타자 상대로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몸에 맞는 공 2개 중 하나가 이성규 상대인데, 커브를 던지다가 발에 맞았다. 좌타자 상대로 ‘현혹하는’ 공으로는 일품인데, 우타자를 맞이해서는 위력이 반감됐다.

대안은 있다. 3회 강민호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을 만드는 장면이 나왔다. 이 공을 더 쓸 필요가 있다. 메인 구종이 아니다 보니 덜 던진 모양새. 비중을 더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폼을 수정하고, 구종을 추가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일조일석에 되지 않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폭발적인’ 속구를 뿌린다. 매력적이다. 이를 살릴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보완할 것은 해야 한다. ‘1선발’이 되려면 특히 더 그렇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