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사망했습니다”
고현정의 얼굴 위로 검은 리본이 달렸다. 박준형의 이름과 함께 장송곡이 흐른다. 영상 속 자막은 단호하다.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단정짓는다. 그러나 이 모든 ‘죽음’은 거짓이다.
최근 연예인을 겨냥한 ‘가짜 부고’ 영상이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잇따라 확산되고 있다. 배우 오영수, 전원주, 가수 태진아, 탁재훈도 거짓 영상 속 주인공이 됐다.
시작은 악의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사이버 렉카’식 유튜버들이다. 사실 확인보다 조회 수가 먼저인 그들은 유명인의 생사를 ‘재료’로 삼는다. 목표는 단 하나다. 조회 수와 그에 따른 광고 수익.
이 같은 콘텐츠는 단순한 루머를 넘어, 명백한 범죄에 해당한다. 피해자들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며 직접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가해자는 얼굴도 없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사람 하나 죽이는 일”이라는 분노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코미디언 신기루는 SNS를 통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남은 힘을 쥐어짜내는 사람들 죽이는 것들은 모두 천벌 받아 마땅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실은 더욱 무력하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고 싶어도 채널 운영자 신원조차 확인할 수 없고, 유튜브 ‘신고하기’ 기능에 기대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피해자에게는 감정적으로도, 절차적으로도 부담스러운 일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법조계는 이 같은 콘텐츠가 명백한 명예훼손이자 모욕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연 태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익명 채널에서 수많은 가짜 영상이 올라오고, 각 영상은 수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그에 반해 피해자가 직접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삭제 요청을 하는 과정은 매우 번거롭고 고통스럽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는 “가짜뉴스 제작자들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할 수 있으나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최대 2~3년이 소요된다. 또 악질적 범죄가 아니라면 단순 벌금형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어 “‘가짜뉴스가 양산되는 이유는 결국 조회수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가짜뉴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전부 몰수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