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DIMF ‘뮤지컬 스타’ 심사위원 7인의 응원

손짓·몸짓·눈빛·감정 변화 강조…선곡만으로 당락 좌우

[스포츠서울 | 대구=표권향 기자] 어느 분야에서든 프로와 아마추어가 존재한다. 모두가 프로가 되길 원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프로 역시 아마추어 시절이 있었다. 고난과 역경, 자신의 부족한 점을 빨리 깨달아 프로로 성장했다. 누구보다 이 과정을 잘 알기에 후배들의 길잡이를 자청하는 이유다.

지난 7일 대구 북구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뮤지컬 스타’ 파이널 라운드가 진행됐다. ‘뮤지컬 스타’는 국내 최초·최대 규모의 청소년 뮤지컬 경연 대회다. 현재 뮤지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 조환지(1회 대상), 이지연(4회 대상), 김리현(2회 우수상), 김지훈(5회 우수상) 등이 해당 대회 출신이다.

치열했던 예선 1~3차를 통과한 14팀(개인 13명·단체 1팀)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뮤지컬 ‘일 테노레’의 ‘Aria 2 : 그리하여, 사랑이여’와 ‘마타하리’의 ‘평범한 일상’처럼 국내 관객에게 익숙한 곡부터 ‘비 모어 칠(Be more Chill)’의 ‘화장실에 있는 마이클(Michael in the bathroom)’와 ‘노트북(The notebook’의 ‘나의 나날들(My days)’ 등의 낯선 넘버들까지 직접 한국어 가사를 붙여 다채로운 공연을 펼쳤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뮤지컬 배우로서 정식 무대에 서는 것. 꿈을 향해 도전한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은 이날 심사위원으로 나선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배우 남경주·성기윤·유희성·홍본영·김소향·김보경 앞에서 자신만의 끼와 깡을 맘껏 뽐냈다. 이날 대회의 심사를 맡은 배우들은 미래 K-뮤지컬을 이끌 인재 발굴에 집중하는 동시에 따뜻한 응원과 진심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 긴장한 참가자들에게 선배로 다가가 응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바뀌는 분위기 탓에 1부 참가자들이 2부 출연자들보다 저평가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 때문에 먼저 무대에 오르는 경연자들이 이후 경쟁자들보다 더 떨릴 수밖에 없다.

이날 심사위원 7인도 이를 인지하고 있기에 조언보다 응원과 칭찬 릴레이를 보냈다.

첫 무대를 장식한 김태린(18세·국립전통예술고 음악연극과)에게 홍본영은 “저음·중음·고음을 쭉 뻗는 발성이 부럽다. ‘더 라스트 5 이어’의 ‘오하이오의 여름(A summer in Ohio)’는 감정 변화가 빨라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세밀하게 계획해야 한다. 1000번이 아닌 2000~3000번 연습하면서 박자를 맞춰나간다면 더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격려했다.

첫 번째부터 네 번째 참가자 중 3명이 여고생들이었다. 성기윤은 4번째 참가자 조하늘(18·고양예술고 연기과)의 무대가 끝난 후 “김보경·김소향 배우가 3~4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전부 고3이다. 그런데 전혀 부족함이 보이지 않은 실력”이라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주예리(24세·단국대 뮤지컬과 졸업)의 무대를 본 김소향은 “남경주 선배님께서 나에게 ‘너 보는 것 같다’고 하셨다. 심사위원들에게 ‘계속 뮤지컬 해도 되겠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는데, 계속해도 되겠다. 은퇴를 준비해야겠다는 좋은 에너지를 전해줬다”라며 긴장을 풀어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 칭찬과 조언 사이…원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길

때론 참가자를 향한 팬심을 보였다. 어떤 참가자에게는 쓴소리로 다음을 기약했다. 모두 이들이 진정한 뮤지컬 배우로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었다.

유희성과 김보경은 이번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한은빈(24·한국예술종합학교 오페라과)의 무대가 끝나자 예선부터 기대했던 참가자라며 “고품격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내 마음속 1등”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군군악의장대대에서 군 복무 중인 박정윤(21·서울예술대 연기과)에게는 DIMF 배성혁 집행위원장이 “팬이다. 작품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경주는 “21살인데 깜짝 놀랐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매력이 있어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된다”라며 미래를 내다봤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넘버 ‘새로운 세상’을 화려한 퍼포먼스로 꾸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강후(18·한림연예예술고 뮤지컬과)를 향해 성기윤은 “끝났다. (평가문) 한 줄 쓰고 즐길 수밖에 없어 그냥 (무대를) 봤다. 그래서 다 내려놨다”고 칭찬했다. 김소향은 “이것이 뮤지컬의 매력이다. 나도 같이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라며 우수상의 트로피를 안겼다.

남경주의 제자 김진겸(22·홍익대 뮤지컬과)에게는 첫 마디가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벨칸토 발성의 ‘일 테노레’의 ‘테일러’라면 퀄리티가 보장돼야 한다”라고 운을 띄워 순간 긴장감이 맴돌았다. 하지만 “진실성을 강조한 걸 느꼈다. 장면이 시작되면서 내추럴하게 오페라 발성으로 변화한 것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2019년부터 매년 참가했던 양호성(24·명지대 뮤지컬과)의 마지막 도전을 함께 아쉬워했다. 이날 그가 부른 뮤지컬 ‘마타하리’ 초연의 주인공 김소향은 “‘아르망’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넋 놓고 봤다. 처음부터 과한 감정이 아닌 나지막한 연기로 관객들을 끌어당긴 점이 좋았다”라면서도 “작은 시선 하나하나가 목적을 지키는 것이다.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졌다. 목을 함부로 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흐름을 바꾸는 선곡의 중요성 강조

선곡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대회 분위기에 맞게 곡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서 따라오는 손짓·몸짓, 감정, 눈빛의 변화가 대중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김소향은 양호성의 연기와 노래를 칭찬하면서도 ‘마타하리’의 ‘평범한 일상’에 대해서는 “감정이 터지는 노래가 아니다. 경연에 어울리지 않는 곡”이라고 지적했다.

‘미스사이공’의 전 시즌의 주역 김보경은 ‘당신을 위해 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I’d give my life for you)’를 부른 남수경(17·한림연예예술고 뮤지컬과)에게 “17살에게 모성애는 어려운 소재다. 나도 뮤지컬·영화를 보면서 서사들을 분석한다. 어미 호랑이의 눈빛과 다급한 호흡이 필요하다”며 꼬집었다.

반면 중국 참가자 양량(20·상해음악학원 뮤지컬과)의 무대를 지켜본 성기윤은 “원곡이 가지고 있는 표현을 완벽히 가지고 가 뮤지컬이 지향해야 하는 표현을 한 것 같다. 원곡 느낌을 너무 예상 가능한데, 오히려 관객이 배우의 표현 덕분에 알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뮤지컬 스타’에서는 ‘비 더 칠’의 ‘화장실에 있는 마이클’을 불러 총점 789점(심사위원 689점·관객 투표 100점)을 받은 한은빈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데스노트’의 대표 넘버 ‘데스노트’를 선보인 박정윤(768점)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우수상 3인으로는 이강후, 양량, 남수경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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