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무대와 스크린, 그리고 브라운관을 넘나든 지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새 캐릭터 앞에서 긴장한다. 오디션장을 자청하며, 후배들로부터 자극을 받는다. 배우 이봉련의 이야기다.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은 그런 이봉련의 현재를 투영한 작품이었다.
‘언슬전’은 신입 레지던트들의 성장기를 그린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의사가 되어가는 청춘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드라마가 성장 서사를 품고 있던 건 신인 배우들만의 일이 아니었다. 산부인과 교수 서정민을 연기한 이봉련에게도 ‘언슬전’은 하나의 성장통이었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이봉련은 “‘언슬전’의 오디션을 자청했다. 연차가 쌓였다고 해서 평가를 피하고 싶진 않았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아직 성장 중이란 걸 다시금 실감하게 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우라는 직업은 결국, 늘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존재하는 일이다. 그래서 오디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서정민 역을 얼마나 원했는지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합격 통보를 받던 순간, 온몸이 뜨거워졌다. 그날은 정말, 안 가던 식당도 가고 싶을 만큼 신이 났다. 너무 기뻐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봉련이 연기한 서정민은 율제병원의 산부인과 교수다. 정확하고 냉철하다. 후배들에게는 ‘마귀할멈’이라 불린다. 이봉련은 이 인물을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 실제 병원을 찾아 관찰했다.
이봉련은 “걸음걸이, 말투, 분위기, 옷차림까지. 가운 입고 회진 도는 의사 선생님들을 보며 계속 메모하고, 흉내 내보고, 또 지인 중에 산부인과 진료 경험 있는 분들에게 질문도 많이 했다. 나라면 어떨까, 서정민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를 끝없이 상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여도 이 고민은 계속될 것 같다. 후배들이 뭘 물어볼 때, 가끔 대답이 막힌다. ‘나도 사실 모르겠다, 나도 지금 고민 중이다’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랬더니 오히려 더 고개를 끄덕였다”고 덧붙였다.

‘우영우’의 인권변호사, ‘갯마을 차차차’의 마을 이장, ‘암수살인’의 사건 관계인까지.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언제나 넓고 깊었다. 이번 ‘언슬전’은 의사였고, 다음은 목표는 법조계나 언론계 배경의 작품이다.
이봉련은 “끊임없이 탐험하고 싶다. 안 해본 직업군, 안 해본 장르에 계속 마음이 간다. 내가 또 작품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줄줄이 인터뷰를 하고 있으니 참 신기하다 ‘잘 왔다, 잘 걸어가자’는 마음으로 준비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