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 기자] “받아들인 건 받아들여야죠.”

모두가 안다. 전성기와 비교할 수 없다. 현실은 현실이다. 마음을 비웠다. 그랬더니 하나씩 나온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삼성 박병호(39)는 아직 죽지 않았다.

KBO리그 홈런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선수다. 시즌 50홈런을 때린 단 3명 가운데 하나다. 박병호 외에 이승엽, 심정수가 있다. 특히 그 누구도 하지 못한 ‘2년 연속 50홈런’의 주인공이다.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 터뜨렸다. 시즌 30홈런 이상도 7번이나 만들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흐른다. 박병호도 나이를 먹으니 자연히 기량이 떨어진다. 전성기 시절 타율 3할을 치면서 홈런 40~50개씩 쳤다. 점점 페이스가 처졌다. 그래도 홈런 생산만큼은 여전했다. 2022년 35홈런을 때리며 홈런왕 타이틀을 탈환하기도 했다.

2024년 5월28일 삼성으로 이적했다. 38세 선수를 데려왔다. 이적 전까지 KT에서 홈런 3개 쳤다. 삼성에 와서 20개 때렸다. 시즌 23홈런이다. 다시 ‘20홈런 타자’가 됐다. 타율은 0.231로 많이 떨어졌지만, 특유의 ‘파워’는 그대로다.

삼성은 2025시즌에도 박병호의 대포에 기대를 걸었다. 3월에 3개, 4월에 6개 때렸다. 5월은 하나도 치지 못했다. 5월 하순 1군에서도 빠졌다. 지난 8일 돌아왔다.

10일 광주 KIA전에서 다시 홈런을 날렸다. KIA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공략했다. 밀어서 넘겼다. 비거리가 125m에 달했다. 이날 배트가 날카롭게 돌아갔다. 스윙 스피드가 좋았다. 끝내 하나 만들어냈다.

시즌 10호 홈런이다. 13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달성. KBO리그 역대 11번째다. 2011년 13홈런을 날린 후 미국 시절 2년을 제외하면 매 시즌 꼬박꼬박 10개 이상 치고 있다. 홈런 파워는 명불허전이다.

KIA전에 앞서 더그아웃에서 박병호와 마주쳤다. “이젠 그냥 잘해야 한다”고 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 팀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는다. 마음도 비웠다. 결과는 홈런이다.

경기 후 박병호는 “타격을 잘해야 하는데 그게 안 돼서 아쉬웠다. 퓨처스에서 연습량을 늘렸다. 퓨처스 감독님, 코치님, 현장 직원들이 배팅볼도 많이 던져주고, 늦은 시간까지 연습할 때마다 볼도 많이 모아주셨다.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결국 존재 가치는 ‘장타’다. “장타를 계속 쳐야 한다. 그게 내 의무라 생각한다. 남은 시즌에서도 내 장점을 더 살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39세 시즌을 보내는 선수다. 전성기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다. 박병호 스스로 다짐한 것처럼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꼭 4번 타자일 필요도 없다. 한 방씩 때려주면 된다. 그러면 삼성도 힘을 받을 수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