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18K’ 전율 이후 잠시 멈칫했다. 한화 외국인 에이스 코디 폰세(31)는 여전히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하지만 최근 들어 살짝 흔들린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해온 피로도가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화는 걱정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또 다른 버팀목 ‘대전 예수’ 라이언 와이스(29)가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선두 LG와 0.5경기(6월 11일 기준) 차다. 언제든 ‘선두’로 올라설 수 있다. 2017년 이후 8년 만의 ‘가을야구’ 기회가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외국인 원투펀치 폰세와 와이스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폰세는 이견 없는 ‘리그 정상급 투수’다. 시즌 초반부터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고, 지난달 17일 대전 SSG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는 8이닝 동안 무려 삼진 18개를 솎아내며 KBO 역사를 다시 썼다. 팀 선배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17K 기록을 넘어선 대기록 달성이다.

그러나 ‘신기록 후유증’은 피하지 못한 분위기다. 대기록 전까지 10경기에서 8승(0패) 평균자책점 1.48을 적었던 폰세는 이후 4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은 4.30까지 올랐다. 올시즌 평균자책점 2.20과 차이가 크다. 장타 허용률도 0.223에서 0.365로 껑충 뛰었다. 허용한 홈런 6개 중 4개가 이 시점 이후에 집중됐다. 에이스가 잠시 흔들리는 구간이다.
그럼에도 한화가 큰 동요 없이 ‘선두’를 바라보는 이유는 또 한 명의 대체 불가 외국인 투수 덕분이다. 바로 와이스다.
와이스는 지난 10일 대전 두산전에서 진가를 증명했다. 최고 구속 시속 156㎞ 강속구에 마구처럼 꺾이는 스위퍼까지. 와이스는 두산 타선을 압도하며 7이닝 3안타 1사사구 10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덕분에 팀은 6-2로 이겼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와이스의 리더십이 더 빛난 하루였다. 1-0으로 앞선 7회초, 중견수 이원석이 포구 실책성 수비로 선두타자 양의지에게 2루타를 허용한 순간. 와이스는 잠시 표정이 굳었지만 이내 다음 타자들을 차례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위기를 넘긴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와이스는 고개를 숙인 이원석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이원석은 6회초 두산 선발 콜 어빈을 상대로 안타를 기록한 후 이어진 폭투와 내야안타로 홈을 밟아 와이스에게 득점을 안겼다. 공헌과 실수를 함께한 이원석에게 와이스가 ‘괜찮아’라고 말하듯 포옹으로 응답한 셈이다.

와이스는 현재 14경기에 선발 등판해 8승 2패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 중이다. 폰세와 나란히 한화의 선두 경쟁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한화가 무너지지 않고, 폰세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에이스는 실력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동료의 실수도 감싸 안고, 승부처에서 묵묵히 팀을 지켜내는 존재이지 않을까. 지금 대전의 마운드에는 그런 에이스가 있다. 바로 라이언 와이스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