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스포츠서울도, 나도 베테랑이잖아요.”

불혹이 넘었다. 웬만한 선수라면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여전히 잘한다. 40세를 두고 ‘불혹’이라 한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 ‘경험’의 산물이다. 이 경험의 힘이 무시무시하다. KIA ‘맏형’ 최형우(42)가 베테랑의 힘을 보인다.

2025시즌 KIA는 ‘악몽’과 마주했다. 시즌 전 ‘절대 1강’이라 했다. 2024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그 전력이 거의 고스란히 이어졌다. 자연스러운 평가다. 그러나 부상이 호랑이 군단을 덮쳤다.

주전이 줄줄이 다쳤다. 개막전에서 김도영이 다치더니 이후 박찬호, 김선빈이 차례로 부상을 당했다. 박찬호는 짧게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다. 김도영과 김선빈은 복귀 후 다시 부상이 오면서 빠졌다. 나성범도 장기 이탈 중이다. 패트릭 위즈덤도 한 차례 자리를 비웠다.

자연히 팀 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중위권에서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이다.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대신 최형우가 확실히 중심을 잡는다. 42세 시즌을 보내고 있다. 3할 타율에 OPS(출루율+장타율)은 1.000에 육박한다. 42세인데 팀을 넘어 리그 최고 수준의 타격이 나온다.

최형우는 “시즌 내내 답답하고, 짜증도 나고 그런다. 베스트 라인업이 아니라는 점은 맞다. 그것도 핑계라고 생각한다. 어느 팀이나 부상 선수는 나온다. 다른 선수들이 대체하면 된다. 동생들이 아직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분명히 잘할 수 있다. 그래서 답답하고 그렇다”고 짚었다.

꾸준히 잘하니 기록도 따라온다. 1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고, 통산 1700타점은 진짜 코앞이다. 안타는 이미 2500개 넘어섰다. 홈런도 400개 이상 때렸다. 역대 최초 4300루타도 달성했다. 무시무시하다.

정작 최형우는 ‘쿨’하다. “기록이 의미가 있나 싶다”며 웃은 후 “대신 타점은 신경 쓴다. 주자가 없으면 홈런이라도 쳐서 타점을 만들어야 하는데, 홈런도 잘 안 나온다. 타점은 팀이 점수를 낸다는 뜻이다. 뿌듯하다. 몇 개를 해도 좋은 것 같다”며 재차 웃음을 보였다.

‘금강불괴’다. 줄부상이 나와도 최형우는 자기 자리를 지킨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도 있다. “그라운드 안에서 안 다치는 방법도 엄청 많다. 내가 발이 느리기는 해도, 뛸 때는 뛴다. 전력으로 뛰어야 할 때가 있고, 적당히 뛰어야 할 때가 있다. 슬라이딩을 할 때가 있고, 아닌 때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후배들은 전력으로 뛰는 경우가 많다. 안 해도 되는 슬라이딩을 한다. 멋인지 모르겠다. 안 해도 되는 플레이를 한다. 나는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조금씩 데미지가 쌓인다. 빨리 뛰어야 할 때가 있고, 조절해야 할 때가 있다. 그걸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만 잘해도 부상을 반은 줄일 수 있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베테랑’ 얘기로 이어졌다. 리그 전체를 봐도 큰형이다. 최형우 위로 오승환(삼성), 고효준(두산)밖에 없다. 실력은 여전히 ‘톱’이다. 존재감이 남다르다. 그래서 더 조심한다. 최형우의 방식이다.

그는 “베테랑은 약간 보이지 않는 존재 같다. 앞에 나서면 안 된다. 말 한마디도 잘못하면 안 된다. 그 말에 어린 친구들이 겁을 먹는다. 나이 많고, 경력이 쌓인 베테랑이 ‘똑바로 안 해?’하면 선수들이 움찔한다. 대부분 그렇다. 그래서 베테랑은 말을 쉽게 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할 말이 있어도 참아야 한다.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잘 챙기고, 자기 할 것 해야 한다. 그게 베테랑이다. 한 분야에서 오래 한 사람에게는 애들도 위축된다. 어떻게 할지 모르고 그런다. 그게 보인다. 그래서 말을 아끼려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끝’을 정하지는 않았다.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된다.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계약은 해야 한다. 은퇴는 4년 전부터 생각했다. 가슴에 사표 넣어놓고 다닌다고 할까. 팀 사정을 보면 더 뛰어야 할 것 같다. 부상이 계속 나온다. 내가 조금 더 해야 하지 않나 싶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스포츠서울도 1985년 창간해 40주년이 됐다. 40살 베테랑이다. 많은 선수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최형우도 그중 하나다.

그는 “집에 신문이 진짜 많다. 2008년부터 모았다. 내 기사 나오면 항상 신문 사서 코팅해서 보관했다. 안 버렸다. 나도 베테랑이고, 스포츠서울도 베테랑 아닌가. 40주년이라고 하니 예전에 신문 모아서 스크랩하던 생각이 많이 난다. KIA 많이 응원해주시고, 스포츠서울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한다”며 웃음을 보였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