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정다워 기자] 어린이날 벌어진 ‘그 사건’ 이후. 광주FC 이정효(50) 감독과 오후성(26)은 더 가까워졌다.

이 감독과 오후성은 지난 어린이날 홈 경기에서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하프타임 때다. 이 감독이 그라운드에 있는 오후성에게 다가가 격하게 반응한 게 화근이었다. 일부 대중,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기도 했다. 시간이 흘렀다, 그 사건은 웃으며 얘기할 에피소드가 됐다. 스포츠서울 창간 40주년 인터뷰에서 만난 둘은 당시 사건을 돌아보며 웃었다.

◇“내 인생 터닝포인트”

이 감독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사건이다. 내가 과했다. 잘못했다.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후성이에게 사과했다. 선수로서는 속이 상하는 게 당연하다. 내게도 상처로 남은 사건”이라면서 “4년간 감독을 하면서 축구로 욕을 먹은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외적인 일로 늘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내게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더 신중한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만큼 이 감독의 ‘체급’이 커졌다. K리그를 대표하는 전국구 지도자로 도약했다. 선수 시절엔 무명에 가까웠지만, 감독으로는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는 “솔직히 ‘현타’가 오더라. 그 정도로 일이 커질 줄 몰랐다. 책임감을 더 느꼈다. 혹시 나중에 다른 팀에 가더라도 교훈 삼아 더 잘할 것 같다. 지도자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됐다”라고 말했다.

“감독 없었다면 은퇴했을 수도”

오후성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그는 “당시엔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이 너무 커지는 걸 보면서 감독 걱정을 하게 됐다.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SNS에 글도 올렸다”라며 “오히려 더 돈독해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 일은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잘못했기에 벌어졌다. 감독의 지시를 더 성실하게 수행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오후성은 대구FC에서 정착하지 못하다가 이 감독의 부름을 받아 광주에 입단했다. 이번시즌 핵심 공격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오후성은 “내게 감독은 귀인이고 은인이다. 감독님 아니었다면 올해 은퇴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에 정말 은퇴 생각도 했다. 하지만 1부 리그에서 활약하고 아시아 무대에서 골도 넣었다. 감독의 존재로 인생이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팀 선수는 우리를 부러워한다. 이 감독의 축구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한다. 내부적으로는 자부심이 있다. 선수 생활하며 이런 지도자는 처음 본다. 축구로 정말 완벽에 가까운데 인간적인 매력도 있다”면서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감독께 감사하다. 팀의 가치, 선수의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라며 이 감독의 리더십을 인정했다.

“이제 아들 같아, 멀리 보는 선수가 되길”

오후성을 데려온 만큼 이 감독의 애정은 크다. 그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다. 올해 잠재력을 터뜨려서 뿌듯하다. 그 일 이후 아들 같은 선수가 됐다. 다른 팀에 있어도 계속 지켜보고 신경 쓸 것 같다”라면서 “아직 100점은 아니다. 더 높은 곳으로 갈 선수다. 광주에 있는 시간이 후성이에게 자양분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후성은 최근 한 구단으로부터 트레이드 제안을 받았다. 상대 선수는 주전으로 뛰는 자원이 아니다. 이 감독은 “후성이의 가치를 그 정도밖에 안 본다는 것에 기분이 나빴다. 진짜 화가 났다”라며 “후성이도 멀리 보면 좋겠다. 이제 막 꽃을 피우는 선수다. 당장 일에 현혹되지 말고 스스로 더 몰아붙여야 한다. 왜 안 되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생각하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라고 얘기했다.

“감독과 5년, 10년 함께하면 영광스러울 것”

광주는 지속하는 내부 실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감독은 선수에게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한다.

오후성은 “우리도 뉴스를 통해서만 접하기에 뒤숭숭할 수 있는데 감독께서 중심을 잘 잡아주신다. 덕분에 축구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구단, 선수를 향한 감독의 애정이 얼마나 큰지 느낀다. 나 역시 팀을 사랑하기에 감독을 도와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다면 감독과 오래 하고 싶다. 5년, 10년 함께하면 영광스러울 것 같다. 볼을 차지 말고 축구를 하라는 가르침 덕분에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선수 생활하고 있다. 혹시 다른 팀에 가시면 나를 꼭 데려가시길 바란다”고 웃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