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재벌가 출신이라는 배경이 더는 숨겨야 할 정보가 아닌, 오히려 핵심 콘텐츠가 되는 시대다.

신세계그룹 정유경 회장의 장녀이자 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외증손녀인 문서윤, 활동명 ‘애니’가 혼성 아이돌 그룹 ‘올데이프로젝트’로 정식 데뷔하며 K팝 생태계에 미묘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애니는 23일 데뷔 싱글 ‘페이머스(FAMOUS)’를 공개하며 더블랙레이블 소속으로 데뷔했다. YG엔터테인먼트 출신 테디가 이끄는 기획사 소속이며, 그룹 ‘올데이프로젝트’는 오랜만에 등장한 혼성 5인조 아이돌로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강력한 화제의 중심은 바로 애니의 출신 배경이다.

애니는 미국 콜롬비아대에 합격하고 휴학한 상태에서 아이돌 데뷔를 택했다.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어머니 정유경 회장은 애초 “절대 안 된다”며 반대했지만, 애니가 대학 합격으로 진심을 증명하자 “다른 가족을 설득하는 걸 돕겠다”고 말했다. 이 일화는 지난 13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 영상에서 공개됐다.

실제 재벌가의 일상이 실시간 방송으로 노출된 장면도 있었다. 애니는 최근 SNS 라이브 방송에서 자택 주방으로 보이는 곳에서 팬들과 소통했는데, 도중 “회장님 들어오십니다”라는 목소리가 화면 밖에서 들리며 진짜 ‘찐재벌’ 라이프가 생중계됐다.

애니는 아무렇지 않게 방송을 이어갔고, 이 장면은 “우리에겐 그냥 엄마가 온 건데?”라는 댓글과 함께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재벌 자녀의 데뷔’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그동안 K팝 시장은 청담동, 압구정, 유학파 등 ‘금수저’ 콘셉트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애니의 등장은 그 모든 설정을 무력화하는 일종의 금수저 마케팅의 종언을 의미한다.

실제로 온라인에선 “이제 다른 아이돌 금수저 영업 못 하겠다”, “이건 금수저도 아니고 생태계 파괴급”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콘텐츠 소비 지점의 전환이다. “브이로그만 올려도 백만 뷰 보장”이라는 반응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K팝 아이돌이 가져야 할 또 하나의 경쟁력으로 작동한다. 이는 곧 자본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팬덤 콘텐츠로 진화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더블랙레이블과 테디가 이러한 배경을 가진 인물을 그룹으로 데뷔시킨 점도 전략적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애니와 같은 캐릭터는 성공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애니는 실제 미국 명문대 출신, 한국 재계 핵심 집안 출신, 콘텐츠 노출에 거리낌이 없는 젊은 세대라는 조건을 모두 갖췄다.

이제 K팝은 실력과 서사만으로 승부하던 시대를 넘어, ‘누가 가장 흥미로운 현실을 사는가’까지 경쟁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평가는 시간이 좀 더 지난뒤 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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