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고(故) 김민기의 음악이 54년만에 정식 복각돼 다시 세상과 만난다.
학전은 김민기 1주기를 맞아 ‘김민기’ 1집 LP 재발매와 함께, 그의 생애와 작업을 체계적으로 보존할 ‘학전김민기재단’ 설립을 공식화했다.
극단 학전은 “오는 21일 故 김민기 대표의 1주기를 맞아 1971년 발매된 첫 앨범 ‘김민기’의 복각 LP를 제작·판매한다”며 “이는 고인의 작업이 진솔한 기록으로 남길 바랐던 생전 의지를 반영한 첫 아카이브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복각은 기존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재현하는 것으로 과거에 출시된 제품이나 작품을 현대 기술로 재현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패션, 음악, 게임,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며, 음악의 경우 원본을 리마스터링한 LP(바이닐) 재발매를 포함한다.
‘김민기’는 스무 살 청년 김민기가 남긴 첫이자 대표작이다. ‘아침 이슬’, ‘친구’, ‘그날’, ‘꽃 피우는 아이’ 등 시대를 관통한 노래들이 담겼다. 하지만 이 앨범은 발표 직후 당국에 의해 판매가 금지되고 음반까지 압수당하며 역사 속으로 묻혀야 했다.
1971년 초판, 1972년 재판으로 총 500장만 제작됐던 음반은 김민기가 경찰에 연행되면서 전량 회수됐고, 프레싱 동판까지 폐기됐다. 이후 수차례 해적판과 무단 복원이 시도됐고, 1990년에는 고인의 동의 아래 한시적 재발매가 이뤄졌으나 정식 복각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각 LP에는 최신 음원 복원 기술을 적용해 음질을 개선했으며, 검열로 인해 ‘종이연’으로 바뀌었던 수록곡 ‘혼혈아’는 이번에 원제 그대로 실린다. 커버는 1971년 원본 디자인을 재해석해 구성됐으며, 김민기의 친필 악보와 메모 등도 포함된다.
LP는 오는 21일부터 8월 10일까지 3주간 온라인 음반 사이트에서 예약 판매되며, 수익금은 ‘학전김민기재단’ 운영 및 아카이브 작업에 사용된다.
학전은 “이번 복각판은 왜곡되고 미화되었던 기억에서 벗어나, 그의 음악이 본래 품었던 정신을 있는 그대로 대중에게 전하는 출발점”이라며 “재단 설립을 통해 김민기의 삶과 작업을 정리하고 보존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별도의 공식 추모식은 없지만, 고인을 기억하는 이들의 자발적 공연도 마련된다. 7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동구 ‘스페이스 거북이’ 소극장에서는 콘서트 ‘김민기 뒤풀이’가 열린다. 말로, 김일두, 윤선애, 여유와 설빈, 황명하 등 음악인과 시인, 화가, 소설가들이 참여하며, 연출과 사회는 작가 최창근이 맡는다.
김민기와 학전은 한국 공연예술계에 남긴 자취가 뚜렷하다. ‘지하철 1호선’ 같은 창작 뮤지컬은 물론, 김광석, 노영심,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과 함께 한 무대는 한국 문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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