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DIMF 어워즈 ‘폭소 만발’
‘트로피’보다 즐거운 추억 만들기
웃음폭탄 이어 감동의 눈물…만담꾼 대거 등장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누가 뮤지컬 배우들은 도도하다고 했는가. MBTI ‘극 I’일 거라는 뮤지컬 팬들의 추측을 말살해버렸다. 날 잡고 작정한, 아니 이날만큼은 즐기겠다고 온 뮤지컬 배우들은 평소 모습을 털털하게 털어내며 축제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7일 대구 북구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제19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 어워즈’가 열렸다. 지난 18일간 대구 전역에서 펼쳐진 아시아 최대 뮤지컬 축제에 걸맞은 흥행을 이뤘다. 올해도 뮤지컬 ‘셰익스피스(석예원·이서영 작, 권승연 곡)’, ‘판다(중국)’ 등 새로운 창작 뮤지컬들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이와 함께 일 년간 대구에서 관객들을 만난 ‘뮤지컬 스타’ 배우들의 칭찬 릴레이도 이어졌다. DIMF 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는 “너무도 훌륭한 배우들이 많아, 심사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많았다. 그만큼 훌륭한 배우들이 많다”라고 하소연할 정도로 치열한 선의의 경쟁이 있었다.
심사위의 걱정과 달리, 정작 당사자인 배우들은 평온했다. 트로피에 대한 생각보다 친목 다지기에 바빴다. 이들이 한데 모인 곳은 대기실에 마련된 인생네컷 부스였다. ‘아재 군단’ 강필석, 강홍석 그리고 ‘어른이’ 임규형은 해바라기 선글라스 등을 끼고 깔깔 웃으며 여러 장 찍었다.
뮤지컬 배우들의 수다는 무대 위로 이어졌다. 딤프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순간 ‘멘붕(멘탈 붕괴)’으로 대본에 쓰여있는 멘트를 잊어 각본에서 벗어났으나, 차지연은 당찬 목소리로 “기세”를 외치는 등 재치 있는 입담으로 위기를 대처해 폭소를 터뜨렸다.

◇ DIMF 어워즈의 유행어 탄생…300m 밖에서도 들리는 “외쳐, 기세!”
‘남·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선 배 집행위원장이 차지연에게 노래 잘하는 비법을 물었다. 현장엔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미래의 뮤지컬 꿈나무들을 비롯해 선·후배 배우들이 있었다. 다소 부담되는 질문이었으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인으로서 한마디 해줄 수 있는 질문이었다.
이에 차지연은 “앞뒤 옆에 노래 잘하는 배우들이 많다. 이건 ‘기세’다”라고 우렁차게 소리쳤다. 그는 “어떤 상황이든 기세로 서 있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차지연의 답변 ‘기세’는 이날의 유행어가 됐다. 기세의 기운을 받은 권혁수는 “차지연과 동문이다. 학교 다닐 때 차지연이 300m 뒤에서 불러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뮤지컬 매직’이라고 들어봤는가”라며 뮤지컬 넘버 한 소절을 불렀다. 차지연은 배 집행위원장에게도 노래를 청했다. 배 집행위원장은 “대본에 없는데요”라며 식은땀을 흘려 웃음을 자아냈다.

◇ DIMF 꿈나무가 올해 왕관의 주인공
DIMF와 오랜 인연이 있는 배우들이 ‘남우주연상’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대학생 시절 오르지 못하고 갈망했던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페스티벌의 공식초청작 ‘설공찬’에서 ‘설공찬’ 역을 연기한 신재범은 “(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왔다. 옷차림부터 캐주얼이다. 고착하고 후회했다. (DIMF 어워즈의) 공연을 잘 보고 싶어서 안경도 썼다. PD님이 (안경을) 벗는 게 낫다고 해서 벗었는데, 안경 자국이 났다”라며 안경테에 눌린 코자국을 짚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DIMF 본선에서 떨어졌다. 당시 1등이 조환지였다. 그런데 지금 제가 여기 있다”라며 폭소를 터뜨렸다. 이어 함께 ‘설공찬’ 무대를 만든 창작·제작진과 배우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기쁘고 즐겁게 연습해 공연까지 행복하게 했다. 도와달라고 했는데, 흔쾌히 도와주신 추정화 연출님께 감사하다. 다 같이 한 배우들을 대표해서 상 받은 것 같아 좋다. 여러분, 행복하세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신재범과 명지대 뮤지컬공연 전공 동문이라고 밝힌 송유택은 “15년 전쯤 DIMF에 출전했는데, 그땐 무대에 오르는 친구들을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그래서 감회가 새롭다”라고 말했다.
올해 DIMF 창작지원작 ‘시디스: 잊혀질 권리’의 윌리엄 시디스 역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유택은 작품에 대해 “대구시립단과 전국 오디션을 통해 실력 있는 배우들과 함께 만들었다. ‘불꽃 연출’ 추정화 연출님과 이진 음악감독님, 예술 같은 안무를 만들어주신 안무감독님, 뜨겁게 불태운 동료들! 이번 주 토요일(12일)까지 멋지게 대미를 장식할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라며 “파워풀한 대구,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 길고도 험난했던 ‘뮤지컬 배우’ 인생, 정상의 맛은 ‘짜릿’보다 ‘감동’
2008년 ‘전국노래자랑’ 1위, 2012년 ‘슈퍼 디바’ 우승에 빛나는 26년 차 장은주가 올해의 DIMF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감격의 눈물로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마이크의 높이는 맞춰야 한다는 그는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했다.
장은주는 “남편이 (시상식장에 오는) 차 안에서 가상 인터뷰를 3번 시켰다”라면서 “여보, 미안해! 연습할 땐 사투리 쓰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살아온 곳이 여기(대구)니 사투리가 절로 나오네”라고 울먹이면서 말해 현장을 울렸다 웃겼다 했다.
그는 “배우는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기 힘들다. 밀양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고,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 않는 사투리 때문에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저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70대의 아주 멋진 ‘옥순이’를 만났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반대로 뮤지컬 배우로서의 성장길을 외로웠지만, 결국 스스로 태생이 뮤지컬 배우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젠 4대가 함께 사는 한 집안의 자랑이 됐다.
장은주는 “한강 이남에서 뮤지컬을 하고 싶으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었을 때 여기(DIMF)를 소개해준 배성혁 집행위원장님 감사합니다”라며 “아들이 ‘엄마는 왜 내가 뮤지컬만 하냐’고 물어봤다. 뮤지컬 ‘내 사랑 옥순씨’는 대구를 넘어 서울에서, 또 먼 나라로 갈 것이다. 네가 학교에서 당당하게 엄마의 직업이 ‘뮤지컬 배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산통 겪어 낳은 DIMF, 엄마는 보기만 해도 ‘뿌듯’
DIMF 관객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스타상’에 최정원이 선정됐다. 시상식장 등장부터 흥을 못 참고 춤추면서 등장한 차장원은 시상대에서도 쓰리턴(Three turn)을 하며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차정원은 “안녕하세요. 뮤지컬계의 김혜자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이를 시상자 남경주가 “뮤지컬계의 최불암입니다”라고 받아쳤다. 차정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들 우리를 보고 부부인줄 아는데, 따로따로 잘살고 있다”라고 말해 폭소를 터뜨렸다.
매년 DIMF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고 있는 차정원은 “DIMF란, 제 자식과 같다. 산통을 겪고, 물에서 수중 분만해서 DIMF를 나아서 그런 것 같다. 실제로 27살 딸이 있는데, DIMF는 19살 사춘기 자식이다. 한 해 한 해 클 때마다 행복하다. 모든 수상자와 축하 무대를 보면서 뿌듯하다. 진짜 내가 나았나 보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올해 DIMF 어워즈에서의 주인공은 ▲‘신인상’ 손우현(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솔지(영웅) ▲‘조연상’ 남경주(히든러브)·박이안(셰익스피스) ▲‘주연상’ 신재범(시디스: 잊혀질 권리)·송유택(설공찬)·장은주(내사랑 옥순씨) ▲‘올해의 스타상’ 강홍석(킹키부츠)·강필석(명성황후)·박건형·최정원·정선아·(이상 시카고)·차지연(광화문연가)가 선정됐다.
대학생뮤직페스티벌 부문에서는 ▲‘개인 연기상’ 중앙대·단국대 ▲‘특별상’ 연세대 ▲‘단체상’에서 ‘장려상’ 백석대, ‘우수상’ 경성대·한세대, ‘최우수상’ 중앙대 ▲‘문체부장관상’ 단국대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작품 부문에서는 ▲‘외국 뮤지컬’ 중국의 ‘판다’ ▲‘심사위원상’은 ‘요술피리’ ▲‘아성 크리에이터상’은 ‘설공찬’의 김희철 프로듀서 ▲‘창작뮤지컬상’은 셰익스피스가 수상했다. 대망의 ▲‘대상-대구광역시장상’은 헝가리 창작 뮤지컬 ‘테슬라’가 주인공이 됐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