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피프티피프티(FIFTY FIFTY)를 향한 관심이 끓어오르고 있다. 활동을 마무리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미니 3집 타이틀곡 ‘푸키(Pookie)’가 멜론 톱100 차트에 진입하며 역주행 중이다. 빠르게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최근의 음악 시장 흐름 속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좋은 음악’의 힘이 여전히 실존함을 입증하는 사례다.

역주행의 단초는 의외의 순간에서 비롯됐다. 멤버 문샤넬이 남자 아이돌 스타일로 ‘푸키’ 안무를 소화한 릴스 영상이 SNS에서 확산됐다. 일명 ‘푸키 남돌 버전’이다. 해당 영상은 팬덤을 넘어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회자되며, 곡 자체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다만 ‘푸키’의 역주행을 단지 바이럴의 효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푸키’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곡이다. 피프티피프티를 상징하는 ‘이지 리스닝’ 기반의 팝 스타일을 고스란히 구현했다. 구름 위를 사뿐히 걷는 듯한 아기자기한 사운드와 통통 튀는 멜로디가 곡을 이끌며, 자극보다 긴 여운을 남긴다. 바로 피프티피프티가 고수해온 음악적 정체성이다. 이들의 곡이 시간이 지나도 귀에 맴도는 이유다.

이번 미니 3집 ‘데이 앤 나이트(Day & Night)’에는 ‘푸키’ 외에도 ‘미드나이트 스페셜(Midnight Special)’을 비롯해 총 여섯 곡이 수록돼 있다. ‘낮과 밤’이라는 두 가지 테마로 구성된 앨범은 피프티피프티 특유의 편안한 팝 스타일을 중심으로 일관된 무드를 유지한다. 특히 트랙 순서대로 정주행했을 때, 앨범의 유기적인 완성도가 도드라진다.

피프티피프티가 새로운 멤버들로 대폭 변화했음에도, 음악적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소속사 어트랙트의 제작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어트랙트는 트렌드를 좇기보다 아티스트의 음악성과 팀의 정체성을 지켜가겠다는 기조 아래, 피프티피프티의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미니 2집 ‘러브 튠(Love Tune)’과 이번 3집 ‘데이 앤 나이트’에 담긴 음악이 그 증거다. 자극적인 사운드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이들의 고집은 오히려 돋보인다.

무엇보다 피프티피프티가 구현하는 ‘편안한 음악’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멤버 전원의 탄탄한 가창력이다. 정제된 음원으로도 매력은 충분하지만, 이들의 라이브 영상에서는 그 진가가 확연히 드러난다. 맑은 음색, 고음에서도 안정된 톤, 마치 하나처럼 어우러지는 화음의 조화가 감흥을 더한다. ‘푸키’뿐 아니라, 1년이 지난 ‘그래비티(Gravity)’까지 덩달아 주목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멤버들의 생생한 라이브가 온라인에서 이슈되며, ‘그래비티’의 음악적 완성도 또한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단순하다. ‘좋은 노래’와 ‘좋은 가창력’이라는 기본이 갖춰졌을 때, 대중은 언젠가 반드시 반응하게 된다. 피프티피프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마치 뚝배기 같은 팀이다. 끓어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끓으면 그 열기가 쉽게 식지 않는다. 피프티피프티의 음악은 지금도 서서히, 그리고 확고히 타오르고 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