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같은 지붕 아래 각기 다른 욕망이 부딪힌다.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가 친숙한 공간과 익숙한 사건을 스릴러로 풀어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 이어 두 번째 스릴러로 돌아온 김태준 감독의 신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84제곱미터’는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사람) 우성(강하늘 분)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는 18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작품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속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우성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누구나 바라던 ‘내 집’이 생긴 우성이지만 어째선지 그가 집을 산 뒤 집값이 폭락했다. 공과금과 대출 이자 마련에 허덕이는 우성은 설상가상으로 층간소음마저 시달렸다. “정말 제가 아니라니까요”라고 울부짖는 우성과 상관없이 모든 이웃은 그를 층간소음 가해자로 지목했다.

제목 ‘84제곱미터’는 아파트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가장 대중적인 32평 면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대중적인 평수지만 일반 서민은 ‘영끌’이 아니고서야 내다볼 수 없는 ‘억’ 소리나는 매매가를 자랑한다. 이러한 현 시대상은 우성을 통해 ‘내집마련’ ‘영끌족’ ‘빚투’(빚내서 투자하는 사람) 등 익숙한 키워드로 그려진다. 가상화폐(코인) 투자로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매일 집값을 확인하고, 대출 이자에 전전긍긍하는 우성의 모습으로 공감대를 노린다.

또한 ‘층간소음’이라는 큰 줄기를 따라가면서도 1부와 2부로 이야기에 변주를 줬다. 1부 속 우성이 층간소음이 심한 아파트라도 ‘내 집’에 대한 애정과 빚 청산에 고군분투한다면, 2부는 ‘왜’ 층간소음이 시작됐는가를 추적한다. 이야기의 전체 맥락은 층간소음을 추적하는 과정이지만, 그 내면엔 조금 더 어두운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다만 다양한 이야기를 담다 보니 후반부 전개가 다소 늘어진다. 층간소음의 범인이 밝혀지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이야기와 반전, 갈등이 등장하는 탓이다. ‘아파트’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사건은 예측할 수 없는 재미를 주면서도 동시에 다소 난잡하다는 잔상도 남긴다.

배우 강하늘은 ‘84제곱미터’를 끌고 가는 동력이다. 내 집 마련의 설렘부터 빚더미에 앉은 우성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냈다. 강하늘 연기의 매력은 ‘있을 법한’ 인물을 친숙하게 그려내는 점에 있다. 되는 일 하나 없이 마치 온 세상이 ‘억까’(억지로 까인다)하는 듯 억울한 소시민 우성은 강하늘 표 연기와 만나 극대화됐다. 특히 우성의 가상화폐 투자 장면은 함께 숨을 참게 되는 ‘도파민’ 폭발 장면이다.

강하늘과 맞붙는 진호(서현우 분), 은화(염혜란 분)의 새로운 얼굴도 반갑다. 그동안 거칠지만 인간적인 면모의 캐릭터로 대중과 만나온 서현우는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 ‘폭싹 속았수다’로 전 세계 시청자의 눈물을 뽑아낸 은화 역의 염혜란도 어딘가 꿍꿍이를 숨긴 미스터리한 인물을 그려냈다.

‘84제곱미터’는 층간소음 미스터리와 예측 불가한 상황이 얽혀 스릴러 장르에 충실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최근 스크린 영화 ‘노이즈’가 층간소음 소재를 앞세워 여름 극장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84제곱미터’도 안방극장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