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199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3개의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명작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한국식으로 재탄생했다. 코미디를 극대화해 3류 작가였던 셰익스피어가 성장하는 서사를 담아냈다. 시종일관 웃기고 행복하다.
영화 ‘세익스피어 인 러브’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출연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1593년 배우가 되고 싶은 비올라와 로맨스 작가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면서 이룬 사랑을 담는다.
지난 5일부터 오는 9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웃음이 가득하다. 원작에 있는 코미디를 최대한 극대화시켜 남녀노소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유머를 만들었다.
이규형·손우현·이상이·옹성우가 윌 셰익스피어를, 이주영과 박주현, 김향기가 비올라 드 레셉스를 연기한다. 고리대금업자 페니맨에는 송영규와 임철형, 셰익스피어의 파트너 헤슬로 역에는 정의욱과 김대종, 비올라의 약혼남 웨세스 경에는 이호영과 오정택이 맡았다. 셰익스피어의 재능을 인정하고 그를 옆에서 서포트하는 카트 말로는 서창원이 맡았다.
앙상블이 유독 훌륭하다. 코미디는 타이밍인데, 이 호흡을 놓치는 배우가 없다. 정확하게 딱딱 포인트를 짚는다. 크고 작은 웃음이 쉼없이 작동한다. 주연배우는 물론 작은 배역의 배우 모두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얼마나 많은 땀이 무대 뒤에서 흘렀는지, 관객들의 웃음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무대도 화려하다. 상하, 좌우로는 물론 무대는 360도 회전한다. 배경이 휙휙 바뀐다. 간판과 조명으로배경을 설명해, 관객의 적극적인 이해를 요하는 다른 연극과 다르다. 덕분에 쉽게 몰입이 된다.
그렇다고 원작의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자기만을 위한 욕망이 가득했던 인물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한다. 주인공은 물론 돈 밖에 모르던 페니맨의 성장은 유독 감동으로 다가온다.
셰익스피어와 비올라의 사랑도 볼 만하다. 이미 약혼남이 있는 비올라는 문학적 사유가 뛰어난 셰익스피어와 사랑에 빠진다. 웨세스 경 입장에선 용납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워낙 진심이라 응원하게 된다. 그렇다고 웨세스 경이 꼭 빌런으로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적절한 지점에서 밉다가도 귀엽다.
작품이 끝나고 나면 뜨거운 박수소리가 흐른다. 이 감동이 배우들에게 꼭 전달되길 바란다는 심정이 뜨거운 소리로 전달된다. 인터미션 15분 포함, 약 3시간 가량의 긴 시간임에도 조금의 지루함 없이 관객들을 몰입시킨 배우들에 대한 찬사가 터진다. 모든 배우의 연기를 고루 보고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