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비가 안와서 큰일이에요. 작물이 성장하려면 제때 비가 와줘야 하는데….”

불과 열흘 전이다. 기상청이 “사실상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하자, 농민들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물은 작물 생육에 꼭 필요한데, 때이른 폭염과 가뭄으로 논밭이 갈라질 정도로 물이 부족했다. 강원도는 일부지역에 급수제한 조치를 예고할 만큼 연못과 강이 메말라 발을 동동 굴렀다.

비소식이 들려온 건 13일 무렵. “큰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처럼 전국에 비가 쏟아졌다. 가뭄을 해소할 정도면 충분한데, 강우량은 매일 ‘기상관측 이래 최대치’를 경신했다. 16일부터 쏟아진 폭우로 닷새간 10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행정안전부가 20일 발표한 ‘국민 안전관리 일일상황’과 소방청 집계(오전 5시 현재)다. 산사태까지 겹친 경남 산청은 구조·구급 작업에 따라 인명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농작물 피해도 심각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자료는 벼와 콩 등 농작물 등 2만4272헥타르(㏊·1㏊=1만㎡)가 침수됐다. 축구장 3만4000개에 달하는 면적이다. 가축은 닭 92만5000마리, 오리 10만8000마리, 소 60마리, 돼지 829마리 등 103만4000마리가 폐사했다. 피해규모는 지방자치단체의 초동 조사 결과여서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원인 규명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건 피해지역 복구다. 각 기업은 역대급 폭우로 수해민이 증가하자 18일부터 빠르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LG전자·삼성전자 무상점검·특별서비스

농가뿐만 아니라 시장과 골목 상인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이 침수돼 패닉상태에 빠진 시민도 수두룩하다. 국내 양대 가전 기업인 LG전자와 삼성전자는 특히 피해가 큰 지역을 찾아 수재민을 지원한다.

LG전자는 19일부터 충남 아산과 예산 등에 서비스 거점을 마련했다. 제품이나 제조사에 관계없이 침수 제품을 점검 중이다. 서비스 거점을 방문하기 어려운 수재민을 위해 피해 가구를 직접 방문하는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세척과 수비, 부품 교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LG 전자는 “피해가 확산할 경우 서비스 지역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해 고객들은 LG전자 고객센터(1544-7777)로 접수하거나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면 지원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도 18일부터 예산과 아산 일대에 ‘수해 복구 특별 서비스팀’을 파견했다. 예산군 삽교읍과 아산시 염치읍에 이동형 서비스센터를 설치하고 침수된 가전제품 세척과 무상 점검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휴대전화 점검 장비를 설치한 버스도 파견해 함께 지원한다.

광주광역시 북구 용강동, 서구 마륵동 등에는 엔지니어들이 피해 가구를 순회방문해 복구를 지원 중이다. 삼성전자 서비스 컨택센터(1588-3366)으로 침수 피해를 신고하면, 복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CJ푸드빌·농심 등 식음료 긴급지원

유통업계도 동참했다. 물이 들어차자 맨몸으로 간신히 탈출한 피해민이 많은만큼 당장 먹고 마실 식음료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CJ푸드빌은 충남 당진, 아산, 예산 등에 뚜레쥬르 빵과 음료 5000개를 긴급 전달했다. 푸드빌 임직원으로 구성한 봉사단도 현장을 찾아 지원 활동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더불어 도움이 필요한 지역에 순차적으로 구조물품을 추가 전달할 계획이다.

농심도 중부권을 중심으로 응급 푸드팩 3000세트를 긴급 지원했다. 라면과 백산수 등으로 구성한 이머전시 푸드팩은 대피소에 머무는 이재민과 피해 복구 작업에 참여하는 소방관, 자원봉사자 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금융지주 3社 기부+지원 ‘한마음’

수마(水魔)가 휩쓸고 가면,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는다.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절차 등을 고려하면 시간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빠른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금융지주 3사(KB·신한·우리)가 빠르게 대응책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은 18일 각각 성금 20억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피해지역 긴급 구호 및 피해복구와 이재민 생필품, 주거안전 확보 등에 활용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이재민들의 빠른 일상 생활 복귀를 위해 ‘긴급구호 키트(모포, 위생용품, 의약품 등), 텐트, 급식차·세탁차’ 등을 지원했거나 할 방침이다.

KB금융은 ‘재난·재해 대응체계’를 활용해 국민은행과 손해보험, 국민카드 등 주요 계열사와 함께 지원활동을 전개한다. 긴급 생활안정자금 대출(개인)이나 우대금리 적용, 대출 기한 연장 등으로 이재민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KB금융의 지원을 받으려면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발급한 피해사실 확인서를 제출하면 된다. 피해 발생일로부터 3개월 이내 신청해야 한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분할상환금 유예, 카드 청구유예 등의 지원책으로 이재민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 진옥동 회장은 “지난해 7월 구축한 재난 피해지원 상시 대응 체계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피해 지역 주민들이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그룹도 금리 감면이나 대출 지원, 카드 결제대금 유예 등으로 이재민들의 재기를 돕는다.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은 “그룹사가 합심해 추가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등 피해복구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