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배우 이종석의 연기는 늘 한 박자 늦게, 그러나 누구보다 정확하게 도착한다.

최근 공개된 tvN 주말극 ‘서초동’에서도 소리지르지 않고도 감정을 완성하는 연기로 다시 한 번 ‘절제의 미학’을 증명했다.

이종석의 연기에는 과장이 없다. 대신 밀도와 호흡이 있다. 장면을 휘감는 침묵과 감정을 삼키는 말끝, 흔들리지 않는 시선 속에 진심을 담는다. 드러내기 보다 감추는 것으로 더 큰 울림을 만든다.

말 한마디, 고개를 들 때, 눈빛을 맞출 때 등 찰나의 순간미다 ‘잠깐의 멈춤’이 있다. 그 짧은 틈 안에 감정의 방향이 담긴다.

복잡한 사연과 얽힌 인물들 앞에서도 목소리는 낮고, 눈빛은 차분하다.

시청자는 그 무심한 한숨, 고개를 돌리기전 잠깐의 멈춤, 낮게 깔린 음색 등에서 이 인물이 가진 슬픔과 죄책감, 애정을 읽는다.

때문에 감정을 쏟기보다 버티는 방식으로 긴장을 유지하는 이종석의 연기는 오히려 더 강렬한 폭발력을 낳는다.

그의 연기가 설득력 있는 이유는 늘 ‘정확한 거리감’을 유지한 채 상대와 관계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이종석은 매 작품 인물의 말투, 자세, 호흡을 달리해왔다. 하지만 ‘절제’라는 공통의 미감은 언제나 그의 연기의 중심에 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초능력 소년도, ‘W’의 웹툰 주인공도, ‘빅마우스’의 수감자도 그랬다. 과장 없는 감정, 절제된 표현, 신뢰를 주는 태도. 이건 이종석이 가장 잘 아는 방식이자 자신만의 언어다.

‘서초동’ 시청자도 배우 이종석만의 언어에 화답한다. tvN 토일극 부진 흐름을 끊고 자체 최고 시청률 5.6%(4회 기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울지 않고도 슬프고, 웃지 않아도 따뜻한 이종석은 오늘도 감정을 다그치지 않는다. 그는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가장 단단한 공감을 끌어낸다. 그게 바로 이종석식 절제의 힘이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