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울산HD 경영진은 장고를 거듭했다. 시즌 끝까지 ‘김판곤호’ 유지를 플랜A로 두고 힘을 싣고자 했다. 그러나 반전 묘책은 보이지 않았다. 클럽월드컵까지 공식전 10경기 무승(3무7패) 늪에 빠졌다.
결국 ‘칼’을 빼 들었다. 울산은 김판곤 감독과 이별을 결심했다. 새 사령탑을 두고 여러 시나리오를 그렸다. 최종적으로 낙점한 건 지난해까지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을 이끌며 동남아시아 축구에 ‘한류 지도자’ 바람을 지속하게 한 신태용 감독이다.
스포츠서울 취재 결과 울산은 신태용 감독을 난파선에 비유되는 팀을 재건할 ‘소방수’로 확정했다. 최근 신 감독과 세부 계약 조건 등에 합의,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신 감독은 과거 한국 국가대표팀 사령탑 시절 제자로 지낸 이들에게 코치직 제안을 하는 등 울산 지휘봉을 잡을 준비에 나섰다.
애초 울산은 하반기 ‘감독 대행’ 체제도 구상했다. 구단 유스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는 노상래 전 전남 드래곤즈 감독을 대행으로 세우려는 뜻도 있었다. 그러나 사정은 여의찮다. 울산은 타 팀보다 한 경기 덜 치르긴 했지만 현재 8승7무8패(승점 31)를 기록, 7위에 매겨져 있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10위에 있는 FC안양(승점 27)과 승점 차가 4에 불과하다.

한두 경기 더 미끄러지면 하반기에 끔찍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디펜딩 챔프’로 시즌 전 K리그1 4연패를 목표로 한 울산에 상상할 수 없는 전개다.
자연스럽게 K리그는 물론 지도자로 굵직한 경험을 지닌 ‘네임드’ 감독 정식 선임으로 시선을 돌렸다. 과거 울산 지휘봉을 잡은 적이 있는 감독 등을 포함해 다수 지도자가 후보에 올랐는데 신 감독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직과 K리그2(2부) 성남FC 비상근 단장으로 활동 중인 신 감독은 현장 지도자 복귀에 거부감이 없다. 주어진 사명을 언제든 다할 수 있다는 의지로 받아들였다.
특히 울산은 현재 장기 무승 부진에 빠지며 코치진과 선수단의 신뢰가 어긋나 있다는 견해가 많다. 일부 선수는 경기 중 ‘태업성 플레이’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즉 개성이 강한 선수가 즐비한 빅클럽 문화를 다잡고 자기 색깔을 주입할 사령탑이 적합했다.


신 감독은 최적의 인물로 평가받았다. 현역 시절 성남의 대표 스타로 활약한 그는 은퇴 이후 2009년 성남 감독 대행직을 맡으며 프로 지도자 세계에 뛰어들었다. 첫 시즌부터 리그와 FA컵 준우승으로 성과를 냈다. 이듬해 정식 감독으로 선임돼 2012년까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2010), FA컵 우승(2011) 등을 이끌었다.
이후 축구대표팀 코치와 리우올림픽 대표팀, U-20 청소년 대표팀 사령탑을 거쳐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A대표팀을 이끌었다. 조별리그에서 역사적인 ‘독일전 승리’를 지휘한 적이 있다. 그리고 2019년 말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동남아 축구 리빌딩에도 도전했다. 적극적인 세대 교체, 귀화 정책 등을 주도하며 2023년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이듬해엔 U-23 대표팀을 이끌고 파리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U-23 챔피언십에 나서 한국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4강에 진격한 적이 있다.
이런 신 감독의 주도적인 지도 스타일과 성과를 눈여겨 본 울산은 제13대 사령탑으로 결심, 그에게 하반기 운명을 맡기기로 했다. 신 감독이 K리그 지도자로 돌아오는 건 2012년 성남 지휘봉을 놓은 뒤 13년 만이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