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런던 뮤지컬 ‘미스사이공’으로 데뷔

4년 뒤 만난 국내 첫 작품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인물들의 정신적 지주 ‘진’…관객 환호에 위로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배우 김수하가 10년 만에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돌아간다. 이곳은 뮤지컬의 본고장이기도 하지만, 그의 데뷔 무대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영어가 아닌 한국 창작 뮤지컬로서 글로벌 관객들을 만나는 ‘K-문화 외교관’으로서 나선다.

김수하는 1일 서울 종로구 라디오M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웨스트엔드에 진출하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설명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는 시조가 금지된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백성들이 시조와 춤으로 자유와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김수하는 세상을 바꾸려고 모인 비밀시조단 골빈당의 일원이자 시조로 목소리를 내는 ‘진(眞)’을 연기한다.

현재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앵콜 공연을 포함해, 올해 5번째 시즌을 맞았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따른 인물, 의상, 무대 세트 등이 과거의 조선을 그대로 표현한다. 이러한 효과는 음악에도 녹여, 현시대에서 즐기는 국악을 느낄 수 있다.

이 중심에 김수하가 있다. 그는 한국이 아닌 웨스트엔드 뮤지컬 ‘미스 사이공’으로 2015년 데뷔했다. 앙상블과 킴 커버로서 영국을 비롯해 일본, 스위스, 독일 등에서 4년간 공연했다. 해외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한국에서 첫선을 보였다. 그 작품이 바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다. 작품의 초연이자 자신의 국내 데뷔작으로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자신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제 해당 작품을 들고 한국의 뮤지컬 여주인공으로서 웨스트엔드에 금의환향한다.

◇ 2015년은 ‘강남스타일’, 2025년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10년 전 런던 무대에 오를 당시 한국을 소개하는 방법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뿐이었다고 한다. 이젠 김수하에게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무슨 드라마를 재밌게 봤는지 먼저 털어놓는다고 했다. K-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직접 체감한 그이기에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도 크다.

김수하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외국인들이 갓에 대해 알고 있다. ‘진’이 처음 등장할 때 입는 전통 한복과 백성들의 의상인 계량한복까지 보여줄 수 있어 반응이 궁금하고 영광이다.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자막으로 이해하겠지만, 전통성의 시조와 힙합적인 음악과 은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했을 때 오리지널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진’은 작품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역할이다. 김수하는 ‘진’에 대해 “가장 중요한 단서를 가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백성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판을 벌여주는 역할이다. 국봉관에서 잠시나마 힘들었던 시간을 잊을 수 있게 뒤에서 활동한다”고 전했다.

인물 간의 서사도 연결한다. 그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깊어진 갈등 속에서 ‘단(團)’이가 가는 길을 관객들에게 더 설득하는 임무다. ‘단’이와 대비돼 보이지만, ‘단’이 ‘진’을 만나서 골빈당의 일원이 되고 백성들과 가까워진다. ‘진’ 역시 ‘단’을 만난 후 변화한다”고 덧붙였다.

◇ 백성 위한 스스로의 희생…커튼콜 함성에 ‘오에오’

작품을 통해 웨스트엔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단순히 한국의 전통문화만이 아니다. 인물이 품은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김수하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용기와 희망이다. 나 역시 ‘진’을 연기할 때 위로를 많이 받는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진’의 입장에서는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니다. 그래서 커튼콜에 가기 전까지 마음이 시원하지 않다. 백성들을 위해 뭔가를 이뤘는데, 정작 ‘진’에게 남은 건 없다”며 “자식의 손으로 아빠의 등에 칼을 꽂는다.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것과 결말과 미래를 알고 시작한 것을 안다. 하지만 대본상 ‘진’은 열여덟살이다. 어린 나이에 그런 선택 하고 감당하는 게 어땠을까, 그런 아빠를 지켜보는 게 어땠겠냐는 생각 때문”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했다.

커튼콜 직전까지 흔들리는 외로운 감정은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로 치유하고 있다. 김수하는 “커튼콜에 나가면 관객들이 기다렸다는 듯 정말 비명을 지른다. ‘나왔구나’라며 소리 질러줄 때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심적 고통이 사라진다”라며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 덕분에 비로소 ‘진’은 사라지고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회 반복 경험하고 있지만, 커튼콜의 짜릿한 해방감은 매번 새롭다. 김수하는 “‘오에오’라고 외치는 관객들이 행복해 보인다. ‘진’으로서 또 나로서 생각하면, ‘진’이가 관객들을 백성들로 생각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상사가 힘들게 했든 누가 나를 화나게 했든 이 순간만큼은 잊고 신나게 웃는 관객들을 보면 ‘진’이 백성을 볼 때의 마음과 같았다고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내 작품의 결말로 관객들을 봤을 때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힘든 상황이더라도 아직 끝이 아니니,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진’이 뱉는 말과 가사들이 위로되어 조금이나마 고민하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용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웨스트엔드 공연은 ‘Swag Age in Concert’‘라는 작품명으로 오는 9월8일 질리언 린 시어터에서 단 하루 공연된다. 한국 무대는 이달 31일까지 이어진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