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벼랑 끝에 몰린 K리그1 ‘디펜딩 챔프’ 울산HD는 김판곤 감독을 1년 만에 경질하고 ‘소방수’로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을 낙점하기까지 장고를 거듭했다.<스포츠서울 7월31일 단독보도>
지난해 7월 A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홍명보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김판곤 감독은 하반기 팀을 추스르며 리그 13경기를 지휘, 9승3무1패 호성적을 내며 팀의 3연패를 완성했다. 다만 이번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선수단 리모델링을 추진했는데 점진적이 아닌 급진적인 선택을 했다가 전반기 큰 부진에 휩싸였다. 너무나 큰 폭으로 스쿼드가 바뀌어 ‘챔피언 DNA’를 유지할 힘이 떨어졌다는 견해가 많았다. 실제 선수단이 융화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경기력은 갈팡질팡했다.
게다가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 출전 등 다른 팀보다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며 팀 컨디션은 좀처럼 정상 궤도에 들어서지 못했다.
애초 울산 구단은 ‘처용전사’ 등 서포터가 중심이 돼 김 감독의 퇴진 목소리를 낼 때 간담회를 거쳐 ‘체제 유지’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좀처럼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대전하나시티즌과 홈경기(1-2 패)에서는 일부 선수가 ‘태업성 플레이’를 펼치는 등 코치진과 신뢰가 어긋난 인상을 보이기도 했다. 구단이 칼을 빼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울산은 10년간 구단을 이끈 김광국 대표이사까지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김 감독 경질을 결심, 플랜B로 돌아섰다. 구단 내 유일하게 ‘P(Professional)라이선스’를 보유한 노상래 유스 총괄 디렉터(전 전남 감독)에게 대행직을 맡기는 것도 고려했다. 그러나 여유가 없었다. 어느덧 강등권에 해당하는 하위권 팀과 승점 차가 좁혀진 만큼 이르게 선수단을 다잡고 자기 색을 입힐 ‘네임드’ 지도자 정식 선임으로 눈을 돌렸다.
신 감독 뿐 아니라 과거 1군 지휘봉을 잡은 적이 있는 김도훈 전 라이언시티 감독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결과적으로 지난해까지 인도네시아 축구를 이끌며 동남아에 한류 지도자 바람을 지속하게 한 신 감독에게 운명을 맡겼다. 발 빠르게 개인 조건 등에 합의했다. 지난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엔 구단주인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가 직접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신 감독 선임 과정에서 울산 구단이 김 감독에게 경질 통보를 늦게 한 것 등과 관련해 행정 절차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만 구단 나름의 사정은 있다. 김 감독이 지난달 30일 뉴캐슬과 친선전을 치른 팀K리그(올스타) 사령탑으로 내정된 만큼 앞서 경질을 공식화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구단주가 K리그 총재인 것과 궤를 같이한다. 김 감독도 구단 안팎 분위기는 감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은 지난 1일 김 감독과 이별을, 5일 신 감독 선임을 각각 발표했다. 울산 구단은 이례적으로 2일 수원FC와 20라운드 순연경기를 김 감독 고별전으로 꾸렸는데, 또다시 2-3으로 져 공식전 11경기 연속 무승(3무8패) 부진에 빠졌다.
울산의 제13대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이르게 코치진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를 보좌할 코치진엔 김종진 분석, 김용대 골키퍼, 이창엽 허지섭 피지컬, 고요한, 김동기 코치가 가세한다. 기존 코치진 일원이던 박주영 코치도 신태용호에 합류해 현 선수단과 가교 구실을 하기로 했다.
선수단과 상견례를 마친 신 감독은 9일 제주SK와 25라운드 홈경기에서 울산 사령탑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한편 ‘CNN 인도네시아’ 등 인도네시아 주요 언론도 스포츠서울 단독 보도가 나간 뒤 신 감독의 울산 부임을 머릿기사로 다루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다수 인도네시아 팬이 신 감독 소셜미디어를 찾아가 근황을 묻기도 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