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3일 렛츠런파크 서울 제11경주로 열린 ‘제40회 KRA컵 클래식(G2, 3세 이상, 2,000m)’에서 첫 호흡을 맞춘 석세스백파와 진겸 기수가 한국 경마 최강자 글로벌히트를 제치고 우승했다.
총상금 7억이 걸린 이번 KRA컵 클래식은 국내를 대표하는 장거리 대상경주로 당해 최고 경주마를 선별하기 위한 두 번째 관문이자 대통령배의 전초전이다. 연도대표마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서울에서 4두, 부경에서 7두가 총출동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최대 관심마는 단연 글로벌히트다. 대부분 경주마가 대상경주에서 한 번 우승하기도 어려우나 글로벌히트는 대상경주 5연승에 도전했다. 인기는 배당률에서도 드러났다. 단승식 1.4배를 기록하며 무적으로 평가받았다.
뒤를 이은 인기마는 미국산 자마 디스파이트윈이다. 미국 리딩사이어 순위 12위인 머닝스의 자마다. 국내에서도 1등급 자마를 8마리나 배출한 우수 혈통을 자랑한다. 또 외조부는 2008년 켄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 경주를 제패한 빅브라운의 혈통을 이어받았다. 체형과 혈통은 단거리형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일반경주와 오너스컵에서 보인 경주력 덕분에 장거리에서도 기대를 모았다. 부경의 서승운 기수가 어느 경주마를 택할지 경마 팬의 큰 관심사였는데, 석세스백파가 아닌 디스파이트윈을 선택하면서 우승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높이기도 했다.
반면 이번 대회 우승마 석세스백파는 인기 순위 3위에 머물렀다. 직전 아쉬운 성적과 처음으로 진겸 기수와 호흡을 맞춰 경마 팬 사이에서 우려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진겸 기수의 뛰어난 앞선 전개 능력 덕분인지 기승 교체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또 그동안 모래를 잘 맞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으나 부산광역시장배와 YTN배에서 개선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출발 게이트가 열리며 하반기 첫 대상경주가 시작됐다. 뚜렷한 선행마가 없는 편성이었던 만큼 초반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가장 바깥 번호인 11번 글로벌히트가 선두를 차지하며 레이스를 이끌었다. 무거운 주로 상태를 고려해 안쪽과는 간격을 유지한 채 경주를 운영했다.
직전 경주에서 최외각 16번 게이트 출발로 아쉬움을 남긴 석세스백파는 이번엔 유리한 안쪽 4번 게이트의 이점을 잘 살리며 글로벌히트 뒤를 따라붙었다. 기대를 모은 디스파이트윈도 선두권을 추격했으나, 3~4코너를 돌면서 밀려났다. 정문코빗과 머니크라운이 자리를 대신했다.
직선주로에 접어들며 글로벌히트, 석세스백파, 정문코빗이 3파전을 벌였다. 가장 빠르게 치고 나온 말은 석세스백파다. 글로벌히트는 체력 소진으로 밀리면서 거리 차가 벌어졌고, 석세스백파는 여유 있게 4마신 차로 따돌리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민장기 조교사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글로벌히트가 앞선에서 선행을 펼치며 체력을 소진한 부분이 석세스백파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며 “지난 오너스컵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는데 이번엔 회복된 컨디션으로 좋은 성과를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진겸 기수는 “첫 기승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이 말의 경주를 봐왔기에 낯섦은 없었다”며 “글로벌히트가 워낙 강자라 부담이 있었지만, 뒤를 따르며 체력 소진을 유도하는 전략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했다.
다음 대상경주 무대는 경마의 대표적인 한일전으로 꼽히는 제8코리아컵&코리아스프린트다. 내달 7일 열리는 이 대회는 단순히 경주마의 속도와 힘을 겨루는 경기를 넘어 한국 경마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무대다. 특히 일본 경주마와 자존심을 건 승부를 펼친다.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모두 일본 경주마가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이번에 출전이 예상되는 석세스백파, 글로벌히트, 스피드영 등 한국 대표마가 그동안 갈고닦은 전력을 얼마나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