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휴식기 후 선택한 복귀작

돌고 돌아 드디어 만난 ‘치유의 작품’

2년 공백 무색…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무대 장악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박혜나가 2년 4개월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딸 나호 출산으로 잠시 작품 활동을 쉬었던 그가 선택한 복귀작은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다.

박혜나는 7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마리 퀴리’ 프레스콜에서 무대 복귀 소감과 각오에 대해 밝혔다.

‘마리 퀴리’는 여성이자 이민자로서 겪어야 했던 고난에서도 빛나는 업적을 이뤄낸 ‘마리 퀴리’의 실제 삶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그는 방사성 원소 리튬을 발견해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자다.

극 중 박혜나는 저명한 과학자 ‘마리 스클로도프스키 퀴리’ 역을 연기하고 있다. 파워풀한 목소리와 성량, 위풍당당한 연기로 진취적인 여성 역을 맡아 온 그에게 찰떡인 역할이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 운명처럼 찾아 온 ‘지금’…설렘을 무대서 폭발

박혜나에게 ‘마리 퀴리’는 그의 배우 인생에 있어 새로운 도약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2023년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최초 한국어 공연 이후 잠시 무대를 떠났었다. 그해 6월 딸 나호를 출산했기 때문이다. 이후 육아에 온 정성을 쏟아 두 돌을 보냈다. 지난 4월 연극 ‘화이트래빗 레드래빗’으로 오랜만의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주 장르인 뮤지컬로는 ‘마리 퀴리’가 복귀 첫 작품이다.

그는 “‘마리 퀴리’와 연이 닿을 듯 말 듯 한 날들이 많아, 가슴에 품고 있던 작품이다. 언젠간 만날 인연이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고 운을 띄었다.

2018년 트라이아웃 당시 공연장을 직접 찾았던 김혜나는 “일본으로 뮤지컬 ‘데스노트’ 공연하러 갔다 와서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관람했다. 당시 정말 감명받았다”며 작품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그동안 ‘마리 퀴리’와의 인연을 기대했지만, 여러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이들의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이때 코로나 팬데믹에 갇히면서 ‘마리 퀴리’는 물론 그의 모든 활동에 제약받기 시작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마리 퀴리’는 박혜나에게 희망의 메시지와 같았다.

박혜나는 “코로나19로 인해 개인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마리 퀴리’를 보고 이 감정들이 싹 씻겨졌다”며 “한국 뮤지컬에 이렇게 좋은 작품이 있는 것에 대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나도 무대에 대한 설렘이 샘솟았다. 나를 설레게 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이 박혜나는 뮤지컬 ‘이프덴’ ‘모래시계’ ‘하데스타운’ 등 다수의 굵직한 작품에 출연했다. 그러던 중 새 생명이 찾아와 오로지 아기 천사에게 헌신했다. 하지만 단순 육아로만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재정비할 수 있는 휴식기이기도 했다.

그는 “2년 휴식기를 거치고, 지금에서야 만난 작품이기에 신기하다”며 “인연은 따로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내가 겪어야 할 일들이 있었고 타이밍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이 ‘마리 퀴리’를 만날 타이밍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엔 바삐 사느라 헷갈렸던 상황들이 많았다. 쉬는 동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되돌아봤다”며 “배우로서 내가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중심을 잡아가는 데 ‘마리 퀴리’를 만나야 했었나 보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에 만난 것 같다. 좋은 작품을 할 수 있게 됐으니, 누를 끼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위대한 과학자의 이면에 숨겨진 뜨거운 이야기 ‘마리 퀴리’는 오는 10월19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