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KIA 이범호(44) 감독이 이렇게까지 강한 어조로, 질책성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을까 싶다. 그만큼 단호했다. 대상은 마무리 정해영(24)이다. 1군에서 뺐다. 복귀 시점도 정하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17일 잠실구장에서 2025 KBO리그 두산전에 앞서 “정해영이 컨디션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몸에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내가 느꼈을 때는 별로 안 좋아 보였다. 그래서 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흘 후 바로 올리지 않을 수도 있다. 더 열정을 갖고 던진다면 열흘 후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당연히 올려야 한다. 그런 생각이 아니라면 다시 상황을 보겠다”고 강조했다.

정해영은 올시즌 26세이브, 평균자책점 3.86 기록 중이다. 리그 세이브 공동 3위다. 대신 평균자책점이 높은 편이다. 20세이브 이상 만든 투수 가운데 가장 좋지 않은 수치다.

15일 두산전에서 1이닝 비자책 1실점 기록했다. 16일 두산과 경기에서는 0.1이닝 2안타 1볼넷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특히 이날 등판이 문제가 됐다.

팀이 1-2로 뒤지다 9회초 상대 마무리 김택연을 공략해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9회말 정해영이 올라왔다. 이상하게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시속 142㎞ 전후다.

안타-볼넷-안타를 주며 1사 만루에 몰렸다. 여기서 KIA 벤치가 움직였다. 조상우를 냈다. 조상우가 김인태에게 재역전 끝내기 2루타를 맞으면서 3-4로 졌다. 2연패다.

이범호 감독 눈에 정해영의 모습이 좋지 않게 보인 듯하다. 하루가 지난 17일 1군에서 말소했다. 몸이 아픈 것은 아니라고 한다. 최근 6~7일씩 쉬기도 했다.

너무 쉬면 밸런스가 안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사령탑은 다른 쪽을 봤다. “지금 시기에는 더 열정을 가지고, 그 열정을 보여주면서 던져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책임감을 갖고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짚었다.

또한 “밖에서 경기를 보면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본인이 다시 열정을 찾았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 감독은 “나는 이겨야 하는 사람이다.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 이 더운 날씨에 열심히 뛰고 있다. 마무리 투수는 자기 보직에 대해 좀 더 애착을 느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던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뭔가 악착같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이에 충격 요법을 택했다. 거의 문책에 가까운 1군 말소로 보일 정도다. 마무리 투수이기에 ‘각성’을 촉구한 모양새다.

그렇다면 ‘임시 마무리’는 누구일까. 이 감독은 “일단 전상현이다. 상황을 봐서, 8회 1점 차에 상대 중심타선이 걸리면 전상현을 먼저 쓴다. 9회는 집단 마무리로 가겠다. 조상우, 최지민, 성영탁, 한재승 등을 다 쓰겠다. 2명 될 수도 있고, 3명 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젊은 선수들이 경험은 부족해도, 능력은 다 있다. 1군에서 자기 역할 할 수 있다. ‘내 자리’라는 생각이 들면 더 열심히 던질 것이라 본다. 자기 능력을 최대한 보여줬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