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오는 22일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 말박물관에서 장효진 작가의 초대전 ‘응시’가 막을 올린다.

화면 가득 힘이 느껴지는 말의 얼굴로 채워진 이번 전시는 1959년생 작가의 거칠고 단단한 인생과 많이 닮았다. 말의 얼굴인데 작가의 자화상 같은 느낌을 준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화가로 살아온 장효진 작가는 자기 예술 세계에 두 차례 큰 전환점이 있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1980년대 미대 입학 후 민주화의 바람 속에서 사회 문제를 담은 작품을 제작했다가 전시 중지와 작품 압수라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결혼과 함께 생계전선으로 뛰어든 미술학원에서 어린이의 그림이 가진 천진한 예술성을 본 것이다.

장 작가의 작품 속에는 민중미술에서 볼 수 있던 강렬한 색과 굵은 선이 살아 있다. 아이처럼 대상을 느낀 그대로 표현하는 자유분방함도 엿보인다.

말의 초상 연작이라고 부를만한 이번 전시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정이 모두 다르다. 특히 기분 좋게 웃는 눈, 슬픈 눈, 때로는 날카로운 눈 등등 모두 다른 눈을 하고 있다. 세밀한 감정이 읽히는 건 말과 장 작가의 교감이 깊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 작가는 렛츠런파크 서울 내 포니랜드에서 공방을 운영한 이력이 있다. 한때 코로나로 방문객이 끊겼지만 그를 매일 작업실로 이끈 건 공방 옆에 자리한 마구간의 말이다. 장 작가는 “아침마다 수강생 없는 공방으로 출근하면서 따로 챙겨 온 당근을 건네며 말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나중엔 직장 동료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며 “많은 화가들이 가족이나 친구의 초상을 남기듯 나도 그들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원숙한 작가의 시선이 담긴 이번 전시는 9월 28일까지 열린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