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강윤식 기자] “나만의 색깔이 조금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바야흐로 ‘구속 혁명 시대’다. 너도나도 시속 150㎞ 이상의 속구를 뿌린다. 빠른 공의 가치가 더욱 주목받는 때. 반대의 길을 가는 선수가 있다. 본인만의 ‘유니크함’을 앞세워 토종 ‘다승 1위’를 달리는 중이다. LG 임찬규(33) 얘기다.

1위를 하는 팀을 보면 여러 가지 이유를 가지고 있다. LG 역시 마찬가지다. 공·수·주에서 좀처럼 빈틈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그중 하나를 꼽자면, 선발투수진이다. 10승을 넘긴 투수가 3명. 9승 손주영도 ‘고지’가 눈앞이다.

강력한 선발진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임찬규다. LG의 ‘토종 에이스’. 올시즌 11승3패, 평균자책점 2.71을 적는다. LG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쌓고 있다. 리그 전체로 보면 롯데 박세웅과 함께 국내 투수 다승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다승 순위를 보면 시속 150㎞를 우습게 넘기는 강속구 투수가 대부분이다. 올해 임찬규의 속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0㎞. 빠른 공을 무기로 삼지 않는다. 그 대신 탁월한 제구를 앞세우는 ‘피네스 피처’다. 시속 150㎞ 강속구의 시대에 본인만의 스타일로 최고의 투구를 펼친다. 임찬규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본인 또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만난 임찬규는 “요즘은 구속 혁명의 시대다. 많은 투수가 시속 150㎞를 웃도는 공을 던지고 있다. 그래서 나만의 색깔이 조금 더 유니크하고 빛을 발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워낙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한다. 비슷한 투구를 펼치는 선수가 거의 없다. LG 선발진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이 팀에 도움을 준다. 선발 로테이션 어디에 들어가도 ‘찰떡’이다. 이에 더해 부상 관리도 수월하다. ‘임찬규 스타일’의 장점이다.

임찬규는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전날과 다음날 선발투수와 상관없이 등판 일정을 맞출 수 있다. 무엇보다 야구를 오래 하는 데 좋다. 부상 위험이 크지 않다는 점이 좋다”고 설명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좋아진다. 이렇다 보니 본인 구종에 자신감도 있다. 임찬규는 “카운트에 상관없이 네 가지 구종을 어떤 카운트에서든 던질 수 있다. 100%는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코스로 비슷하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모두가 빠른 공을 던지려고 하는 요즘. 느린 공으로 리그 최고의 국내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임찬규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대명사’가 되는 듯하다. skywalk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