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흔히 아는 뻔한 첫사랑 이야기다. 어렸을 적 연모했던 이성과 시간이 지나 우연히 만나 사랑이 싹 트는 이야기. 아무리 아는 소재라도 누가 연기하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멜로 얼굴’을 장착한 송중기와 ‘매력 가득’한 천우희라면 다를 수밖에 없다.
JTBC 금요드라마 ‘마이, 유스’가 절절한 사랑에 시동을 걸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호감을 품었다가 서로의 오해로 한동안 인연을 끊고 살다 10여 년이 지나 다시 만나 설레는 마음을 갖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다. 익숙한 맛이다. 누구나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란 뜻이기도 하다. 익숙함에 어떤 새로움을 주는 게 관건이다.
사연이 독특한 점이 이 드라마의 키다. 선우해(송중기 분)는 사주 팔자가 궁금할 정도로 인생이 파도 그 자체다. 시트콤 주인공으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으나, 제작비를 횡령했다가 들킨 모친이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었다.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조현철 분)는 엉뚱한 여자로부터 애를 얻어와 대뜸 던져줬다. 그리곤 다시 다른 여자(진경 분)와 살게 됐다. 아들은 나몰라라 했다. 선우해는 학창시절부터 모텔이나 술집 등에서 어른들과 어깨를 비비며 파트타임을 했다. 그러지 않고선 생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파도는 성제연(천우희 분)에게도 쳤다. 비교적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을 뺏기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잘해 서울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곧장 사회로 나왔다. 같은 학교에서 이미 연예인이었던 모태린(이주명 분)의 매니저다. 모태린은 선우해와 같은 시트콤에 출연한 바 있다.
모태린과 선우해가 다시 만나는 예능 프로그램을 찍자는 방송사 PD의 제안에 따라 성제연이 선우해를 만나는 것부터가 드라마의 시작이다. 비지니스로 만났지만, 선우해가 성제연의 의견을 모두 따라주면서 점차 묘한 라포(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상호신뢰 관계를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가 형성됐다. 그리고 서로 사귀기로 마음을 먹은 게 6회 엔딩이다.
송중기와 천우희가 캐릭터의 맛을 잘 살려내고 있다. 디테일하면서 인생을 함축한 직설적인 대사에 재치 있는 호흡을 집어넣었다. 적당한 톤으로 가슴에 박히는 명언을 만들고, 작은 몸짓으로 유쾌한 웃음을 만든다. 빛나는 호흡이다.

캐릭터도 맛있다. 두 사람 모두 눈치와 센스가 뛰어나다는 설정이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적당히 돌려말하는 상대의 말을 정확히 파악한다. 한 박자 빠르게 말하고 반응한다. 덕분에 길지 않은 대사 안에서 일이 척척 전개된다. 감정은 서서히 커진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뭐든 똑부러지게 행동하는 두 인물의 매력에 금방 빠져들게 된다.
그 사이 송중기는 멜로 얼굴을 장착했다. 주무기가 나온 셈이다. 따뜻하게 여성을 챙겨주는 모습으로 설렘을 유발 중이다. 말을 툭툭 내뱉고 솔직하다 못해 상대의 빈 틈을 후벼파기도 하지만, 그만큼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배려한다. 오히려 더 큰 애정을 만드는 기제다.
극강의 미모를 과시하고 있는 천우희는 당차고 똑똑하며 솔직하면서도,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책임감도 있는 성제연을 만들었다. 그 어떤 남자도 흠모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언제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든 천우희의 얼굴 중 단연 최고다. 덕분에 선우해와 성제연의 사랑이 이뤄지길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된다.

알콩달콩 사랑하는 과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 ‘마이, 유스’는 최루성 신파를 준비 중이다. 선우해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희귀병에 걸린 것. 당장 내일 죽어도, 10년 뒤에 죽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다. 이미 징조는 시작됐다. 느닷없이 피가 흐르고, 정신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제야 진정 사랑하고 싶은 사람과 연이 닿았는데, 하늘이 야속할 뿐이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는 없다. 진정 매력적인 선우해와 성제연이 이룰 사랑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슬픈 이야기로 흐를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워낙 좋은 사람을 구축한 터라 툭 건들면 눈물이 터질 것만 같다. 그만큼 두 배우의 열연이 몰입을 이끌고 있다. 중반까진 더할 나위 없는 웰메이드다.
아직 터가 닦이지 않은 금요드라마에 배치된 터라 드라마 퀄리티에 비해 시청률 추이가 썩 좋진 않다. 아쉬운 편성이다. 일반적인 형태였다면 더 큰 반향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워낙 완성도가 좋은 편이라 현재 시청률이 좋지 않아도 훗날 꾸준히 회자될 드라마로는 손색없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