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부터 뉴욕 유학까지…24년 필모그래피 추가

믿고 보는 ‘눈물의 여왕’ ‘초연 전문’

만 8세 이상 관람가…‘왜’ 해답 제시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배우 김소향은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증명하듯 자타공인 한국 대표 여배우다. 2001년 뮤지컬 ‘가스펠’로 데뷔해 중소극장의 단역부터 앙상블, 커버 등 작은 역할부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로부터 7년 후 마침내 뮤지컬 ‘드림걸즈’의 초연에서 ‘로렐 로빈슨’으로 주역을 따냈다. 이후 뮤지컬 ‘마타하리’ ‘엑스칼리버’ ‘프리다’ ‘벤자민 버튼’을 비롯해 지금의 ‘마리 퀴리’까지, 작품의 향방을 결정짓는 초연들을 책임졌다.

그의 장점 중 하나는 전 작품의 배역을 잊을 정도의 변화무쌍한 에너지다. 현재 무대에 오르고 있는 뮤지컬 ‘마리 퀴리’는 물론 ‘마리 앙투아네트(마리 앙투아네트)’ ‘프리다(프리다)’ ‘난넬 모차르트(모차르트!)’ ‘리지 보든(리지)’ ‘조시아나 여공작(웃는 남자)’ 등 신분과 나이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품마다 새롭게 변신해 감탄을 자아낸다.

그런데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눈물의 여왕’이라는 것이다. 해맑게 빛나다가 절정의 순간에서는 얼굴에 홍수가 일어난 것처럼 눈물범벅이 된다.

김소향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눈물 많은 ‘향마리(유독 ‘마리’ 배역을 많이 맡아서 생긴 별명)’에 대해 ‘고생을 사서 한다’는 말을 ‘젊어서 고생은 오히려 자산이 된다’로 긍정적으로 풀이한 결과라고 말했다.

◇ 오랫동안 지키고 싶다면 ‘시간과 경험’ 쌓아야

김소향은 한창 여배우로서 이름을 알리던 2011년,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를 마치자마자 주변의 만류에도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이유는 오직 하나, 배우로서 오랫동안 무대에 오르고 싶은 열망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의 기대와 달리 미국에서의 6년은 고난의 시간과도 같았다. 그런데도 김소향은 “살면서 잘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방인으로서 많은 사람과 상황을 겪으면서 서러움이 많았다. 그런데 그 시간 속에서 나를 객관화할 수 있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낯선 곳에서 느꼈던 복잡했던 감정은 현재의 무대 위에서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소향은 “순간 집중력이 강하고 경험치가 있어서 그런지, 어떤 상황이 와도 감정이 극적으로 솟구친다”라며 “예를 들어, ‘마리 퀴리’는 뭔가에 미쳐있을 때 얼마나 내가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든다. 소름 돋을 정도로 집착한다. 그를 연기할 때 주머니에 많은 구슬을 넣었다가 꺼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소향은 “‘마리 퀴리’ ‘프리다’를 연기할 때 공감할 수 있는 거 하나가 ‘내일 이 세상이 사라져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라며 “실수와 후회도 많이 하지만, 불꽃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연기할 때 눈물이 훅 차올라, 예쁘게 인물의 마지막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연기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후배 배우들에게 “많이 놀고, 많이 고생하라”라고 조언한다. 김소향은 “시간이 지나면 다 이해하게 될 것이다. 연기라는 게 경험치가 쌓이지 않거나 물리적 시간이 없으면 표현하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야 연기도 캐릭터도 어떤 장면도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과 관대함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 세상 외면에도 불복하지 않는 용기

김소향이 현재 무대에 오르고 있는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장에 더 많은 관객을 초대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하는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이하 마리 퀴리)에 향수의 역사와 새로운 추억을 선사할 것을 약속했다.

‘마리 퀴리’는 만 8세 이상 관람가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위인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의 이야기를 보고 듣기 위해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고 있다.

최근 김소향은 ‘마리 퀴리’를 두 번 관람하며 펑펑 울었다는 한 초등학생의 후기를 통해 지금껏 무대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끌어올렸다.

그는 “‘마리 퀴리’가 교육적 뮤지컬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분명 공연의 목적이 있다. 스트레스 해소, 도파민 자극 등도 있다. 이 가운데 당신이 살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할 기회도 제공한다”라며 “뮤지컬에 많은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도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기에 생각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학생들의 관람을 적극 추천했다. 김소향은 “어린 친구들에게는 공부해야 하는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며 “왜 공부해야 하는지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마리 퀴리’는 세상이 열리고, 지구 반대편에서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의 쾌거를 이룬 실화다. 나도 멋진 사람이 되야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도 강조했다. 그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야기가 아니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던 내가 실수하고 이를 바로 잡는 용기 있는 과정의 스토리다. 과학자의 삶이어서 거리를 느낄 수 있지만, 내 인생과 맞닿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인생 승부를 걸게 하는 ‘마리 퀴리’는 10월19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