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주상 기자]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역사 그 자체다.” 보도사진의 본질을 관통하는 이 명제가 1970~80년대 대한민국의 생생한 현장을 통해 재조명된다.
사단법인 한국보도사진가협회는 오는 13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용산아트홀에서 ‘사진은 역사다 - 7080 대한민국’ 보도사진전을 개최한다.
한국 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산업화와 도시화, 민주화의 격동 속에서 살아가던 우리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담은 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보도사진가들에게 카메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고 증언하는 시대의 눈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사진은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라 말했듯, 보도사진은 그 순간 속에 시대정신을 응축시킨다.
협회 소속 원로 사진기자 26명이 각자의 카메라로 기록한 작품들은 수십 년간 빛을 보지 못했던 사진들로, 기록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오늘날과 미래 세대가 공유할 소중한 역사 자산으로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기자들은 역사의 관찰자이자 기록자로서, 객관성과 진실성이라는 보도사진의 양대 원칙을 견지하며 현장을 누볐다. 그들의 셔터는 권력이 아닌 민초의 삶을, 화려함이 아닌 일상의 진실을 담아냈다.



1977년 봄 햇살 가득한 어린이대공원에서 만난 한 어머니의 모습은 보도사진이 지닌 인간적 온기를 상징한다. 막내는 젖을 물고, 둘째는 엄마 품에 기대며, 첫째는 장난감 북을 두드리며 세상을 배운다. 세 아이가 각기 다른 순간을 살아가지만 모두를 품은 어머니의 가슴은 하나의 크고 깊은 사랑이었다.
이 사진은 보도사진의 또 다른 철학을 보여준다. 뉴스 가치는 거대 사건에만 있지 않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진실이 존재한다.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시대, 성장의 그늘 아래 묵묵히 삶을 이어간 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역사의 주인공이다.
전시는 농어촌, 도시, 어린이와 청소년, 어머니와 여인 등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관람객들은 사진을 통해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농어촌의 정취, 눈부시게 성장하던 도시의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꿋꿋하게 삶을 이어간 이웃들의 생생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주제는 보도사진이 지향하는 다층적 시선을 반영한다. 거시적으로는 국가의 산업화와 도시화를, 미시적으로는 개인의 일상과 정서를 포착함으로써 입체적인 시대상을 구축한다.
장문기 한국보도사진가협회 회장은 “1970~80년대는 한국 사회가 격동적으로 변화한 시기”라며 “당시 현장을 누비던 보도사진 기자들의 기록을 통해 역사의 현장을 생생히 느끼고, 기록의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 평론가이자 철학자인 수전 손탁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세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7080년대 한국 사회를 기록한 보도사진가들은 바로 그 시대에 참여했고, 증언했으며, 역사를 남겼다. 디지털 시대, 이미지 홍수의 시대에 아날로그 필름으로 담아낸 이 기록들은 ‘진정성 있는 기록’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운다.
전시는 13일 오후 4시 오프닝을 시작으로 20일까지 용산아트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울신문,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 주요 언론사 출신 원로 사진기자 26명이 참여했다.
반세기 전 셔터를 누르던 그 순간, 사진기자들은 알았을까. 자신들의 기록이 훗날 역사가 될 것임을. “사진은 역사다”라는 전시 제목은 수사가 아닌, 보도사진의 본질을 관통하는 진실이다. rainbow@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