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용인=원성윤 기자] “10시에 개장하고 곧장 들어왔거든요. 주변 둘러보다 좀 천천히 걸어서 왔는데 300분(5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관람객 A)
최근 에버랜드 가을 축제의 주인공은 단연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빌보드 차트까지 점령한 ‘케데헌’의 세계관이 현실로 구현되자,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방문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며 ‘오픈런’과 수 시간에 달하는 대기 행렬을 기꺼이 감수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한 테마 공간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케데헌 존의 인기 비결은 뭘까.
◇ 가상 세계가 현실로…‘경험’을 소비하는 MZ세대 취향 저격


에버랜드 블러드시티 지역에 조성된 ‘케데헌 테마존’은 K팝 아이돌이 악령을 퇴치한다는 독특한 세계관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방문객들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된다.
이곳의 인기는 각종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증명되고 있다. 방문객들은 주인공 ‘헌트릭스’처럼 분장을 하고,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떡볶이와 김밥 세트를 먹으며 인증샷을 남긴다. 평일 오후에도 기본 30분 이상, 주말이나 피크 타임에는 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후기가 이어지지만, 방문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이는 MZ세대가 단순히 놀이기구를 타는 것을 넘어, 콘텐츠의 세계관에 직접 참여하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공유하는 ‘체험형 소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 “5시간 기다려도 좋아”…‘희소성’과 ‘팬심’이 만든 열풍


케데헌 신드롬의 또 다른 축은 바로 ‘팬심’과 ‘희소성’이다. 테마존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한정판 굿즈는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캐릭터 키링이나 헤어핀은 물론, 주인공이 쓰고 나온 ‘자수 갓’은 1차 물량이 순식간에 동나며 추가 발주에 들어갔을 정도다.
이러한 현상은 팬들이 온라인상의 애정을 오프라인에서의 ‘소유’와 ‘경험’으로 증명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정확히 파고든 결과다. “5시간을 기다려서라도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살 수 있는 굿즈를 손에 넣고 싶다”는 한 방문객의 말처럼, 길고 지루한 기다림마저도 팬심의 깊이를 증명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놀이공원 방문을 넘어 ‘성지 순례’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성공적인 IP 협업, 테마파크의 미래를 제시하다


에버랜드와 넷플릭스의 이번 협업은 테마파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IP(지식 재산권)를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시의성 있는 시즌 축제와 결합해 폭발적인 집객 효과를 이끌어냈다.
단순히 캐릭터를 전시하는 수준을 넘어, 먹거리, 즐길 거리, 살 거리 등 모든 요소에 일관된 스토리텔링을 적용함으로써 방문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확산을 유도한 것이 성공의 핵심 요인이다. ‘케데헌’의 성공 사례는 앞으로 국내 테마파크들이 어떻게 IP를 활용하고,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진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다림’마저 즐거움이 된 에버랜드의 케데헌 열풍이 올가을, 대한민국 테마파크 시장에 뜨거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