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방해하는 ‘가을비’

우천취소 인해 생기는 투수 운영 변수

과감한 필승조 투입과 선발 후라도 불펜 기용

‘승부와 도박 사이’ 준PO 관전 포인트

[스포츠서울 | 문학=강윤식 기자]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다. 그런데 진행이 순조롭지 않다. 경기 외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 중이다. 가을비다. 변수가 ‘폭발’한다. 특히 투수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승부수와 도박수 그 사이에서 일이 자꾸 생긴다.

SSG와 삼성이 준플레이오프(PO)에서 팽팽히 맞붙고 있다. 최원태 ‘깜짝 호투’와 함께 삼성이 적지에서 열린 1차전을 승리했다. 2차전에서는 SSG가 갚아줬다. 가을야구 처음 등판한 김건우가 3.2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했고, 김성욱이 그동안 부진을 날리는 끝내기 홈런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가을야구답게 예측 불허의 경기가 연이어 펼쳐진다. 팬들 역시 짜릿한 승부를 지켜보며 열광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날씨다. 비가 오는 날이 잦다. 그렇다 보니 경기 날이 되면 우천취소에 대한 우려가 먼저 나올 정도다.

3일 종료 예정이던 정규시즌이 비로 인해 4일에 끝났다. 자연스레 포스트시즌 일정이 전체적으로 하루씩 밀렸다. 삼성과 NC의 와일드카드(WC) 결정전은 1,2차전 모두 우천으로 지연 개시했다. 준PO 와서는 10일 경기가 우천취소됐다. 11일 역시 경기 종료 직후 비가 쏟아졌다.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타선 같은 경우는 감각을 유지하는 게 좋을 수 있다. 그런데 비가 오면 이게 힘들다. 반대로 투수는 우천으로 하루 정도 쉬면 힘이 생기고 불펜 운영이 여유로워진다”고 말했다.

박 감독 말처럼 투수 운영에 여유가 생기는 건 확실해 보인다. SSG와 삼성 모두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과감한 승부수를 띄우는 게 가능해졌다. 일단 SSG 쪽이 웃고 있는 흐름으로 가고 있긴 하다.

9일 열린 준PO 1차전에서 SSG는 선발투수 미치 화이트 조기 강판으로 위기를 맞았다. 선발이 2이닝밖에 던져주지 못하면서 예기치 못한 ‘불펜 데이’에 돌입했다. 이로운, 노경은, 조병현 등 필승조를 모두 투입했으나, 결국 경기서 패했다.

이래저래 타격이 컸을 경기다. 그런데 10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다. 필승조 연투 위험 역시 사라졌다. 11일 준PO 2차전. 3회까지 잘 던지던 선발 김건우가 4회 흔들렸다. SSG는 즉시 하루 쉰 필승조를 다시 한번 꺼냈다. 전날 쏟아진 비가 SSG ‘불펜 승부수’에 힘을 불어넣은 셈이다.

삼성은 2차전 9회말 선발투수 아리엘 후라도를 불펜으로 올렸다. 우천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여유가 생긴 덕이다. 또한 3~4차전이 열릴 13,14일에 대구 비 예보가 있다. 또 한 번의 우천 취소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투구수가 많지 않아 4차전 선발 등판도 된다. 그런 걸 고려하면 선발이 풍족하지 않은 상황 속 도박수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쏟아지는 가을비가 야구를 흔든다. 그러면서 투수 운영이 승부와 도박 사이에서 스파크를 만들어낸다. 비로 경기가 밀리는 건 달갑지 않다. 그런데 두 팀의 투수 운영 변수를 지켜보는 게 꽤 흥미로운 것도 사실이다. skywalk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