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이소영 기자] “오늘 홈런 못 치더라도 팀이 꼭 이겼으면 좋겠어요.”

SSG ‘거포’ 유망주 고명준(23)이 생애 첫 가을야구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 올렸다. 다만 팀이 패하는 바람이 빛이 바랬다.

이숭용 감독이 이끄는 SSG는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5 KBO 포스트시즌 삼성과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을 치른다. 전날 패배로 벼랑 끝이다. 이날 승리가 절실하다. 만약 지면 SSG는 홈 이점을 안고도 업셋을 허용할 뿐 아니라, 그대로 올시즌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가을야구 내내 타격이 부진했다. 긴급 처방으로 사령탑은 엔트리에도 변경을 줬지만,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2차전에서 1승을 거머쥔 뒤 심리적 우위를 점하며 대구로 향했는데, 무용지물이었던 셈. 그러나 사실상 결승전이나 다름없던 3차전 경기를 그대로 내주고 말았다. 위안이라면 첫 가을야구 무대에서 3경기 연속 아치를 그린 고명준의 활약이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고명준은 “손맛은 당연히 좋다”며 “그런데 첫 타석에서 쳤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 1회말 첫 타석에 들어선 고명준은 삼성 선발 원태인의 초구를 공략했지만, 땅볼에 그쳤다. 여기서 한유섬이 포스아웃되며 이닝은 그대로 종료됐다.

고명준의 홈런은 9회초에 터졌다. 올시즌 준PO에서 2개 이상의 아치를 그려낸 유일한 선수다. 게다가 홈런 한 방만 더 추가하면 포스트시즌에서 최다 연속 경기 홈런 기록자(4경기)인 류중일(삼성)-호세(롯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오늘 만약 홈런을 쳐서 이기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것 같다”고 웃어 보인 그는 “제가 홈런을 못 날리더라도 팀이 꼭 이겼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분위기가 특별히 나쁘지는 않다”며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오늘 경기가 제일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날씨도 말썽이다. 전날 경기에서도 갑작스러운 폭우로 경기가 지연됐다. 경기 도중 생긴 돌발상황인 만큼 선수의 리듬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터. 고명준은 “날씨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일단 경기 끝나면 최대한 잠을 많이 자려고 노력한다”면서 “잘 먹고 잘 쉬고 좋은 생각만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타자 친화 구장이자 홈런 구장으로 알려진 라이온즈파크에서 연일 홈런을 작렬했다. 그는 “주변에서도 라이온즈파크가 잘 넘어간다고 한다”며 “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불안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건 상대 팀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ssho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