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같은 천성과 권력자 직위의 충돌이 캐릭터의 핵심”

충청도 사투리로 이중성 표현...변성현 감독 12시간 설득 끝에 출연 결정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 기자] 배우 류승범이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 독특한 매력의 중앙정보부장으로 변신, 관객들에게 새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류승범은 ‘굿뉴스’에서 모든 작전의 지휘권을 통제하는 중앙정보부장 박상현 역을 맡았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이 영화에서 류승범은 정부 책임자로서 긴박한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핵심 인물로 활약한다.

14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굿뉴스’ 제작보고회에서 류승범은 자신이 연기한 박상현 캐릭터에 대해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류승범은 박상현에 대해 “아이 같은 천성을 가졌지만 1970년대 정보부장이라는 직위를 가진 캐릭터”라며 “사람 자체의 특성과 그 지위에 있는 특징이 충돌을 일으키는 데서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캐릭터들이 그렇지만 박상현은 감독님의 블랙코미디적 의도가 숨겨진 인물”이라며 캐릭터의 복합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류승범이 주목한 것은 순수함과 권력이라는 상반된 요소의 공존이다. 겉으로는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1970년대 권력의 핵심부에 있는 인물이 보여주는 이중성, 그리고 그 속에서 발현되는 독특한 카리스마가 박상현이라는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특히 류승범은 캐릭터의 이중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이중성을 표현하기 위해 충청도 사투리를 직접 제안했다고 밝혔다.

류승범은 “박상현이 쓰는 충청도 사투리가 가진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이 이 영화의 화법과 비슷해 앙상블이 잘 이뤄질 것 같아서 제가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충청도 사투리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속내를 알 수 없는 어감이 박상현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복합적인 성격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는 판단이었다. 이는 배우로서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작품 전체의 톤을 고려한 세심한 접근이었다.

변성현 감독은 “슬로바키아에서 고민을 하다 충청도 사투리 아이디어도 가지고 온 것 같았다”며 “류승범이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지만,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하는 배우라는 걸 알았다”고 극찬했다.

변성현 감독이 류승범을 캐스팅하기까지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변성현 감독은 “중앙정보부장은 늘 등장하는 인물이고, 이를 새롭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원했다”며 “카리스마 있는 악당의 대명사인데 그 악이 순수함에서 나오면 어떨까 생각했을 때 생각나는 배우가 류승범밖에 없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처음 시나리오를 건넸을 때 류승범은 거절했다고 한다. 변 감독은 “거절하면 수긍하고 가야 하는데 출연한다고 할 때까지 가지 않았고, 12시간을 같이 술을 마셨다”고 회상했다.

감독은 또한 “주제가 무거워지는 순간, 장르적인 분위기를 살려줄 수 있는 배우도 필요했다. 그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킬 수 있는 배우는 류승범뿐이었다”고 강조했다.

류승범은 시리즈 ‘무빙’에서 ‘프랭크’로 시청자를 압도하는 아우라를 보여준 바 있으며, 특유의 현실감 넘치는 생활 연기와 카리스마로 극에 몰입감과 현실감을 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빙’에서 냉혹한 비밀 요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류승범이 이번에는 1970년대 권력의 중심부에서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가미한 캐릭터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굿뉴스’는 류승범뿐만 아니라 설경구, 홍경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설경구는 정체를 알 수 없지만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 실마리를 풀어주는 해결사 역을, 홍경은 비밀 작전에 투입된 공군 중위 역할을 맡았다.

변성현 감독은 “한두 명이 끌고 가는 영화가 아니라 여러 배우들이 오케스트라처럼 호흡을 이룬다”며 앙상블 연기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각기 다른 목적과 입장을 가진 캐릭터들이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기 위해 한자리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수 싸움과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영화의 백미가 될 전망이다.

변성현 감독은 영화에 대해 “실화를 따르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지금 세대에도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를 녹여냈다”며 “실존 인물보다는 재창조한 캐릭터를 가지고 연출하고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제작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변 감독은 “1970년 배경이지만 지금도 유효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려고 했다”며 “실화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상상력과 연출 방식을 융합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의미를 관객이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굿뉴스’는 공개 전부터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공식 초청작으로 주목받았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이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만큼, 국내외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변성현 감독은 “모든 작품을 열심히 했지만, 이번 작품은 제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부족한 부분은 늘 보여도 그 부분마저 제가 가진 100%를 쏟았다고 생각하기에 뿌듯함이 있는 영화이니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의 네 번째 협업작이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길복순’에 이어 또 한 번 독창적인 세계관을 펼쳐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굿뉴스’는 10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류승범이 선보일 ‘순수함 속의 악’, 그리고 그가 직접 제안한 충청도 사투리로 표현되는 이중적 매력의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이 관객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지 주목된다. rainbow@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