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대신 선택한 ‘담백한 온기’…관객들 “그리웠던 얼굴” 반응

[스포츠서울 | 이주상 기자] 배우 차승원이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확장하며 ‘연기 변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독보적 카리스마와 강렬한 존재감으로 대중에게 깊이 각인돼 온 차승원은 이번 작품에서 정반대의 결을 선택했다.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는 삼키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낮추며, 화려함 대신 담백함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러한 절제된 연기 톤이 오히려 인물의 내면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차승원이 연기한 ‘시조’는 제지 공장에서 실직한 후 구둣가게 매니저로 생계를 이어가는 현실적인 가장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딸에게는 웃음을 보이고, 손님 앞에서는 허리를 굽히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인물의 애처로움을 차승원은 과장 없이 담아냈다.
특히 주목받는 장면은 손님으로 찾아온 만수(이병헌 분)와의 대화 신이다. “제지도 일종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대사를 통해 차승원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동시에 업계에서 설 자리를 잃은 인물의 씁쓸함을 눈빛과 어조만으로 완성시켰다. 대사가 아닌 표정과 눈빛으로 인물의 처연함을 전달한 이 장면은 차승원의 연기 밀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받는다.
박찬욱 감독은 차승원의 캐스팅 배경에 대해 “키도 크고 인상도 강렬한데, 반대로 큰 키로 구부정하게 굽신굽신 연기를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감독의 이러한 역발상적 시선은 차승원의 현실적이고 담백한 연기를 통해 설득력 있게 구현됐고, ‘전,란’에 이은 두 번째 협업에서도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관객들은 차승원의 이번 연기에 대해 “반갑다, 그리웠던 얼굴이다”, “사람 냄새 나는 연기가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화려한 액션이나 강렬한 카리스마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 차승원의 연기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준다는 것이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베니스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뉴욕영화제 등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국내외에서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차승원은 현재 노희경 작가의 신작 넷플릭스 시리즈 ‘천천히 강렬하게(가제)’ 촬영에 한창이다. rainbow@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