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구리=김용일 기자] “팬 야유? 나도 사람이니 속상하다. 믿어주셨으면 한다. FC서울의 옛 영광 반드시 찾겠다.”
2년 연속 파이널A 진출을 사실상 확정한 FC서울 김기동 감독은 15일 훈련장인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큰 비전을 그리며 말했다.
서울은 지난 5일 수원FC와 K리그1 32라운드 원정에서 1-1로 비기면서 승점 45(11승12무9패)를 확보, 5위 자리를 지켰다. 정규리그를 한 경기 남겨둔 가운데 파이널B에 해당하는 7위에 있는 광주FC(승점 42)와 3점 차이지만 다득점에서 무려 8골이나 앞서 있다. 오는 18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포항 스틸러스와 홈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파이널A행이 유력하다.
김 감독은 지난해 서울 지휘봉을 잡아 5년 만에 팀의 파이널A행과 더불어 아시아 무대 복귀까지 이끌었다. 2년 연속으로 파이널A 진입이 유력해지며 진정으로 ‘명가 재건’을 바라보게 됐다.
김 감독은 “조영욱을 비롯해 서울에 오랜 기간 있던 선수가 과거 좋은 상황에도 파이널A 진입에 실패한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있다더라. 그래서 (파이널A행이 걸린) 수원FC전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어려운 경기였다. 경기력으로도 나타났다. 그래도 잘 이겨냈다”며 “덕분에 나 역시 추석과 A매치 휴식기가 겹쳐 오랜만에 가족과 재충전했다. 이젠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화두는 명확하다. 차기 시즌에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무대를 밟는 것이다. 그는 “상위권 팀과 격차가 크지 않다. 선수들이 이번시즌 ACLE를 경험하며 동기부여가 커졌다. 내년에도 꼭 나가고 싶다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어느 때보다 우여곡절이 따른 정규시즌이었다. 특히 서울에 필수 요소로 꼽힌 선수단 리빌딩을 주도한 김 감독은 지난여름 미드필더 기성용(포항)을 보내는 과정에서 일부 팬과 충돌했다. 여전히 이 결정에 불만을 품는 팬은 서울 홈경기 때 김 감독을 향해 야유를 퍼붓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라운드 선수에게도 적잖은 영향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말 포항 유니폼을 입은 기성용과 상암벌에서 처음 마주한다.

김 감독은 “시즌 중반 여러 이슈로 팀이 흔들린 게 사실이다. 분위기를 다잡는 데 많은 에너지도 썼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소신을 품고 말했다. 그는 “서울이 과거 많은 우승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근 5년간 파이널A도 못 가고 3명의 감독이 나갔다. 그게 감독만의 잘못이었을까. 선수나 구단의 문제는 없었느냐”며 “사람은 늘 변화에 두려움이 많다. 회피한다. 그러면 좋은 방향으로 틀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선수단 리빌딩과 주요 리더십 변화 등으로 서울의 새 비전을 끌어 내리라고 확신했다.
외부 이슈 뿐 아니라 여름 시장에 수비의 핵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이 팀을 떠난 뒤 대량 실점하며 후방이 휘청거렸다. 8월에 리그에서 단 1승(1무3패)에 그치며 최대 위기에 놓였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김 감독은 선수단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는 물론, 수비 전술에 ‘메스’를 댔다. 특히 김주성이 떠난 뒤 덩달아 흔들린 요르단 센터백 야잔이 장점인 일대일 경합 외에도 라인 컨트롤 등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고민하도록 이끌었다. 박성훈과 부상에서 돌아온 이한도의 역량도 끌어올렸다.
반등의 계기가 된 건 지난달 16일 마치다(일본)와 ACLE 첫판(1-1 무)이다. 서울은 닷새 뒤 파이널A행 분수령으로 꼽힌 광주FC와 홈경기도 치러야 했다. 광주전 결과가 김 감독의 거취와 맞물렸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그는 뚝심 있게 마치다전에 야잔을 쉬게 하고 박성훈, 이한도를 수비 중심에 두고 좋은 성과를 냈다. 선수단 전체적으로 선의의 경쟁 구도를 마련하고 에너지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광주와 홈경기에서 3-0 무실점 완승했다. 이후 공식전 4경기 무패(2승2무). 수비도 단 2실점 하며 안정을 되찾았다.


김 감독은 “광주전 앞두고 압박감은 당연히 있었지만 결과에 대한 걸로 스트레스받은 건 아니다. 분명히 우리가 잘할 수 있는데 어떻게 잘 표현하지에 고민이 컸다. 다행히 마치다전이 동력이 돼 선수들이 효과를 냈다. 주전 요원도 ‘내가 못 뛸 수 있겠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건강한 긴장감과 더불어 수비까지 안정을 찾았다”고 돌아봤다.
이 과정에서 ‘딜레마’처럼 나온 얘기가 린가드와 안데르손의 공존이다. 김 감독은 “린가드는 습관적으로 측면으로 나와 공을 받는다. 잉글랜드에서 뛸 때도 그랬다. 안데르손과 동선이 겹치는 부분이 있는 건 맞다. 다만 안데르손을 다른 공간으로 움직이게 해 기회 창출을 끌어내고 있다”고 했다. 또 “안데르손이 수원FC 시절보다 못한다고 하는데 좋은 장면을 여러 번 만들었다. 공격수의 득점으로 연결이 안 돼 부각이 덜 됐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김 감독은 최근 린가드가 올해 계약이 끝나는 서울을 떠나리라는 외부 시선에 “(계약 연장) 옵션에 대해서는 구단과 소통할 것이다. 린가드와 구단이 원한다면 난 계속 같이할 생각이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주장으로 진정성 있게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낸 김 감독은 서울을 통해 ‘빅클럽 지도자 역량’을 평가받고 있다. 그는 “솔직히 축구는 물론 선수, 구단, 팬과 관계 등을 두고 포항에서 해낸 것을 ‘모범 답안지’처럼 여겼다. 서울에서 여러 일을 겪으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배웠다”며 “한 뼘 성장했다. 나도 사람이니 팬의 야유를 받으면 속상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반드시 서울의 옛 영광을 되찾게 할 것이다. 믿어주시고 한마음으로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