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위수정 기자] Z세대(1997~2012년생)의 소비 감각이 ‘복고의 재해석’으로 이동하고 있다.

부모 세대의 일상과 취향을 새롭게 즐기는 ‘엄빠코어(Umppa-core)’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해방촌 골목·을지로 상가·박물관 등 오래된 공간들이 다시금 ‘힙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의 공간 소비는 단순한 방문을 넘어, ‘디깅(Digging)’을 통해 과거의 흔적 속에서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내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팝업스토어를 넘어 브랜드 정체성과 경험을 결합한 ‘디깅형 공간’이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서울 해방촌의 신흥시장은 과거의 정취와 개성 있는 맛집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로컬힙’ 명소로 떠올랐다.

한국 코카-콜라는 이곳과 협업해 ‘코카-콜라 X 신흥시장 프로젝트’를 진행, 18곳의 식당과 카페를 브랜딩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시장 골목 곳곳에는 코카-콜라 감성을 녹여낸 간판과 소품이 더해졌고, 낡은 노가리 공장 창고는 포토존으로 탈바꿈했다. ‘오리올 남산유원지점’ 등 주요 레스토랑에서는 코카-콜라와 어울리는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며 브랜드와 미식, 로컬 문화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새로운 형태의 경험을 제시했다.

코카-콜라사 관계자는 “코카-콜라는 맛있는 음식과 잘 어울리는 ‘미식 파트너’로서, 이번 ‘코카-콜라 X 신흥시장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로컬 식당과 협업하며 브랜드와 음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새로운 미식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코카-콜라와 함께 신흥시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도심 산업 공간으로 여겨졌던 을지로 일대가 새로운 문화 탐방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KCC의 ‘을지로 셔터 아트 프로젝트’가 이런 변화의 촉매 역할을 했다. KCC(대표 정재훈)는 ‘셔터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을지로 일대 상업시설의 셔터를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며, 다채로운 컬러의 힘으로 차가운 철제 셔터 위에 따뜻한 온기를 더하며 골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셔터가 닫히면 예술작품이 보이고, 열리면 삶이 시작된다’는 메시지 아래,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그래피티 작가 6명이 참여했다. 참여 작가들은 ‘숲’을 주제로, 도심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점의 셔터를 캔버스 삼아 각자의 개성을 살린 컬러를 입힌 작품을 선보였다. KCC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작가 소개부터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전 과정을 담은 콘텐츠를 제작해 공식 유튜브 채널 ‘KCC TV’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경동시장 한 켠의 복합문화공간이 최근 힙한 체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LG전자가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이하 금성전파사)를 ‘공감지능 AI’ 경험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위치한 금성전파사는 2022년 개관 이후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누적 방문객 약 150만 명을 기록한 레트로 콘셉트의 이색경험공간이다. 이번 리뉴얼은 YG(Young Generation) 고객과의 소통을 한층 강화하고, AI를 ‘사용자를 더 배려하고 공감하는 기술’로 재정의한 LG전자의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을 보다 쉽고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엄빠코어’ 트렌드의 흐름 속에서, 박물관은 젊은 세대가 머물고 즐기는 쇼케이스형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올해 8월 20일 기준 누적 관람객 수는 400만 명을 돌파해 전년도 전 세계 박물관 순위 8위 기록(3,788,785명)을 이미 넘어섰다.

이 같은 인기에는 최근 글로벌 OTT에서 방영된 K-팝 테마 애니메이션의 흥행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전통 문화 속 ‘갓’과 ‘호랑이’ 모티프가 화제가 되며 한류 콘텐츠에서 전통 문화로 관심이 확산된 결과다. 이러한 굿즈와 전시, 팬덤 콘텐츠는 과거 문화적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박물관을 ‘머무르고, 체험하고, 공유하는 문화 허브’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wsj0114@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