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 162㎞ 뿌리며 삼성 격파
문현빈, PO 1차전 2안타 3타점 맹활약
‘문문 듀오’, 첫 가을 한화 투타 심장 됐다
문동주 “선발 아니어도 된다. 팀 위해 최선”
문현빈 “남은 경기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스포츠서울 | 대전=김민규 기자] 한화의 가을 드라마, 주인공은 청춘이다.
문동주(22)는 최고 구속 시속 162㎞를 찍으며 불꽃 같은 2이닝을 지웠고, 문현빈(21)은 만루에서 우중간 담장에 꽂히는 싹쓸이 2루타로 경기의 추를 뒤집었다. ‘문문 듀오’가 동시에 터지자, 한화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9-8 짜릿한 역전승. 플레이오프(PO, 5전 3선승제) 1차전을 가져갔다. 역대 PO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76.5%, 한화가 먼저 타올랐다.
정규시즌 ‘철옹성’ 같던 코디 폰세(31)가 6이닝 6실점으로 흔들렸다. 7회부터 무대를 접수한 건 문동주였다. 최고 162㎞, 전광판을 달군 강속구에 커브·슬라이더가 얹히자 삼성 타선도 고개를 떨궜다. 2이닝 1안타 4삼진 무실점. 7~8회를 ‘삭제’하며 완전히 분위기를 틀었다. MVP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경기 후 문동주는 “채은성 선배의 결승타가 나오고 들어간 7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세리머니였다”며 “‘상황을 알고 던져라’는 류현진 선배 조언 그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미친놈처럼 해야 한다길래, 내가 미친놈이 된 줄 알았어요.”
또 다른 주인공 문현빈. 그는 한화 가을 타선의 점화 장치가 됐다. 2회말 2사 만루. 문현빈의 방망이는 망설임이 없었다. 우중간 담장을 강타한 3타점 역전 2루타, 이 한 방이 경기의 첫 전환점이었다. 시즌 내내 증명해온 ‘클러치 히터’는 가을에도 유효했다.

문현빈은 “선배님들이 ‘1차전은 누가 미친놈처럼 해야 이긴다’고 하셨다(웃음). 초반에 역전타 쳤을 땐 ‘내가 그 미친놈인가?’ 싶더라. 그래도 끝까지 이겨서 정말 기분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세리머니는 (문)동주 형이 제일 멋있었다. 162㎞ 찍었다는 얘기 듣고 소름 돋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규시즌 141경기, 타율 0.320·12홈런·80타점·OPS(출루율+장타율) 0.823. 팀 내 유일 3할 타자. ‘한화의 미래’라는 수식은 이미 늦었다. 그는 지금, ‘현재’다.
‘무적’이라 했던 폰세가 무너졌다. 그러나 타선과 마운드, 청춘과 베테랑이 동시에 일어섰다. 손아섭의 동점 2루타, 채은성의 결승 2타점. 9회 추격을 허용했을 때는 김범수가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화의 PO 1차전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문현빈이 불붙이고, 문동주가 잠그고, 베테랑이 마무리했다.”
문동주는 “선발이든 불펜이든 팀이 부르면 어디든 간다”고 했다. 문현빈은 “끝까지 우리 야구로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경험을 묻는 질문 앞에 두 청년은 답을 이미 내놨다. 실력과 담대함. 그리고 그 위에 얹힌 가을 집중력까지. 문동주는 마운드에서 문현빈은 타석에서 한화의 가을은 지금, ‘문(文)’으로 시작해 ‘문(文)’으로 끝나고 있다. 두 청춘의 가을야구 서사는 계속된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