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성과가 좋다. 늘 ‘올해의 히트작’에 몸 담았다. 웃음을 품은 악, 경계에 있는 선, 절대선, 절대악을 가리지 않는다. 배우 오의식은 2025년에도 해냈다. tvN ‘폭군의 셰프’를 통해서다. 또 올해 최고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가진 드라마에서 주요 배역을 연기했다. 과연 운인가, 실력인가.
오의식이 연기한 임송재는 웃음을 품은 악이다. 표면적으로는 누군가를 돕는 인상이지만, 늘 속에는 칼을 갈고 있다. 권력을 탐하려는 욕심이 온 몸에 도사린다. 화를 내지도, 악한 기운을 뿜지도 않은 채 심연에서 권력욕을 드러냈다. 그러다 끝에는 의리를 지킨다. 악에서 선으로 변화하는 지점을 배우 스스로 지켜야 했다. 어려운 인물은 연기 잘하는 배우에게 돌아가는 법이다.
오의식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말 밖에 할 게 없다. 스태프들과 고생을 워낙 많이 했다보니까, 유독 생각이 더 많이 난다. MBC ‘밤에 피는 꽃’에서 만난 장태유 PD가 불러주셔서 그냥 했는데, 성과가 좋았다. 제 아이디어를 잘 받아주신다. 호흡이 좋아서 덤볐는데, 해피엔딩이다”라고 말했다.

임송재는 급격히 방향을 트는 인물이다. 악에서 선으로 급선회한다. 중간에는 조선시대 궁중 MC 롤을 맡는다. 너무 노골적으로 악을 표현하면 후반부 설득력이 떨어지고, 악을 표현하지 않으면 긴장감이 없다.
“간신이잖아요. 제가 창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도전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엇죠. 그래서 평범함을 찾았어요. 외형도 그렇고, 수염도 평범했어요. 스스로 간신이 되지 않으려 했어요. 당위성을 갖고 배신하는 인물인 거죠. 자칫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 티 나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 같았어요.”

인물에 대한 깊은 연구와 시청자가 바라볼 시선까지 대비하는 배우의 훌륭한 연기는 감동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이러한 노력은 비단 ‘폭군의 셰프’ 뿐이 아니다. ‘오! 나의 귀신님’(2015) 때는 직접 레스토랑에서 생활했다. 접시를 닦고 서빙을 했다. 진짜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역도요정 김복주’(2016) 때는 한국체육대학교 역도부와 함께 운동했으며, tvN ‘일타스캔들’(2023) 때는 발달장애 기관에서 봉사했다.
“선배들한테 배웠어요. 실제로 선배들은 쓰레기를 줍고 다니고 그랬어요. 역할에 맞게요. 그런 노력이 배우에게는 엄청난 자신감을 줘요. 내 연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죠.”
‘진짜’를 연기하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했다. 적당히 그럴 듯한 이미지를 주는 것과 그 감정인 상태에서 대사를 뱉는 게 더 진짜 일 수 있다.
“연극하면서 많은 게 쌓였어요. 창작활동을 해 온 과정이 자양분이 된 거죠. 스스로 찾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서 찾는 거라고 배웠어요. 내 감정이 준비된 채 연기하는 게 아닌 거죠. 슬픈 상황을 연기한다고 하면, 즐거운 상황일 때 충격을 받아야 진짜 슬픔이 나오는 거 거든요. 내가 슬픈 연기를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관객에게 걸릴 수 있어요.”

몸을 아끼지 않는 노력과 몰입, 집중 끝에 실력파 배우 오의식이 탄생했다. 그 능력을 알아본 방송계는 그를 히트작에서 활용하고 있다.
“제 기준에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분인 것 같아요. ‘폭군의 셰프’도 손에 꼽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늘 웃고 좋은 추억으로 남고 있어요. 함께 한 사람들이 좋아서였죠. 운이라면 인복이겠죠. 하하.”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