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청춘의 아이콘’이 ‘웰메이드 아이콘’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목격한 걸까. 묘한 미소 뒤에 슬픔을 머금은 송중기의 얼굴을 담은 JTBC ‘마이, 유스’가 차분한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결코 슬픈 엔딩을 원치 않았던 팬들의 마음이 통한 모양새다. 그만큼 송중기와 천우희가 만든 사랑이 심금을 울렸다.
오랜만이다. 불안과 분노, 복수를 통해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해 왔지만, 이타적인 마음으로 사랑을 꽃 피운 건 계산조차 쉽지 않다. 적잖은 시간 다른 길을 걸었어도, 주무기는 주무기다. 칼을 갈고 있던 송중기의 매력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만한 힐링 로맨스를 만들었다.

단단한 목소리를 앞세워 인간적인 선함을 그려냈고, 그 사이에 은은한 웃음도 만들었다. 은근히 남을 놀리는 것에도 재주가 있다. 불편한 사람에게 선을 딱 긋는 모습에선 강인함도 엿보인다. 삶을 위협하는 아픔을 겪고 있음에도, 타인이 겪을 작은 상처조차 용납하지 않고 배려했다. 송중기는 담담하게 선우해가 가진 인류애를 표현했다.
덕분에 뭉클했다. 선우해(송중기 분)만큼 인간적이고 선한 마음을 가진 성제연(천우희 분)과 합이 맞았다. 굳이 의미 없는 갈등 없이 서로를 양보하고 배려하며 사랑하는 모습을 보였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선우해의 고통이 더 커다란 슬픔으로 다가왔다. 해외 임상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은 덕에 아름다운 재회로 이어졌다.

그 모든 순간 송중기와 천우희의 힘이 이야기에 설득력을 불어넣었다. 워낙 뛰어난 연기를 펼친 덕분에 마지막 꼭 껴안은 두 사람의 모습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돌아왔다는 생각에 긴장했던 마음을 쓸어내리게 된다. 켜켜이 쌓은 감정이 마지막 순간에 깊은 여운으로 터진다.
숫자가 크게 의미 없는 깊이다. ‘마이, 유스’는 웰메이드 드라마임에도 시청률은 2%대에 그쳤다. 자극적인 이야기로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여타 드라마와 다른 길을 택하기도 했고, JTBC에서 실험적으로 활용하는 금요드라마에 편성된 탓도 있다. 대형 OTT를 기반한 대대적인 홍보가 있었다면, 국내 1위는 어렵지 않을 완성도다. 용두사미조차 허락하지 않은 안정적인 엔딩까지 있었다.

청춘을 그려온 송중기의 커버린 성숙함은 또 다른 기대를 낳는다. 그간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에서 새로운 얼굴을 시도했던 그가 ‘마이, 유스’를 통해 진일보한 연기를 보여줘서다. 이제와는 다른 깊이가 선우해에게 엿보였다.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선이 연기를 넘어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신뢰를 증명했다. 아직 차기작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어떤 역할이든 진실한 연기를 볼 것이라는 믿음은 굳건하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