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진태현·박시은 부부의 성인입양은 “혈연이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 공동체에 선명하게 전한다. 보호종료 청년의 삶을 장기적으로 지탱할 실질적 안전망이 무엇인지, 한국 사회가 놓친 공백을 담담하게 짚고 있다.
진태현은 22일 SNS에 한 누리꾼의 댓글을 공유하며 자신의 뜻을 밝혔다. 그는 “우연히 다른 곳에서 본 댓글입니다 정확하게 저희 부부가 가고자 하는 길입니다 후원보다는 같이 밥을 먹는 식구가 진짜 나누는 삶 같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왜 성인만 가족을 삼느냐? 후원만 하지 왜 그러냐? 이런 작지만 부정적인 생각들이 지금의 우리의 사회를 만들고 있진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라고 썼다.
올해 6월 갑상선암 수술을 받기도 한 그가 강조한 포인트는 ‘동거·돌봄·시간의 공유’이며, 함께 밥을 먹는다는 뜻의 ‘식구’의 개념을 현실적으로 깨닫게 해준데 있다.

그 연장선에서 진태현은 “삶을 함께 나누고 시간을 내어주고 우리의 가정에 초대하는 일이 그 어떤 엄청난 기부나 후원보다 나은 길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원은 이미 열심히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는 단발성 기부가 아닌, 일상의 반복과 책임을 통해 관계를 제도화하고 성긴 서로에 대한 안전망을 촘촘히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저희 부부는 사람이 잘 되길 바라면서 삽니다 그리고 착하거나 선하지가 않아 제발 조금이라도 바르게 살고 싶습니다. 청년 시절 너무 어렵고 힘들고 어리숙하고 부끄럽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도와가며 살고 싶습니다 저희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있고요”라는 대목에선 개인의 신념도 가감 없이 드러난다.
성인입양은 보호체계 밖으로 나온 청년에게 가장 부족한 ‘관계 기반의 안정’을 제공한다. 주거와 생계의 실무적 문제를 넘어, 실패와 재도전의 여지를 열어두는 정서적 바탕이다.
서구나 일본에서 성인입양이 돌봄과 상속, 의료 의사결정의 법적 장치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한국에서도 보호종료 청년의 사각지대를 메울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진태현·박시은 부부는 2019년 대학생이던 박다비다를 입양했고, 올해 초에도 보육원에서 인연을 맺은 두 딸을 하며 새롭게 가족으로 맞았다. 그중 한명인 마라톤 선수 한지혜는 얼마전 제106회 전국체전에서 5위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가족의 지평을 넓혀온 진태현은 “앞으로도 집 명품 돈 자랑 말고 아내, 이웃, 가족 자랑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그게 유일한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후원 이상의 책임을 실천해온 진태현·박시은 부부는 입양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며 사회적 논의를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하고 있다.
혈연보다 마음이 먼저인 가족, 그 평범한 선택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울림은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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