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몬드’의 ‘곤이/윤이수’ 역

상처로 인한 비관적 시선…사랑의 결핍에 위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 과정에 감정 이입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배우 김건우가 또 다른 ‘손명오’로 돌아왔다. 하지만 내면에 온정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다르다. 거칠고 폭력적인 성향으로 표출하면서도 점점 인간적으로 변해가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하고 있다.

김건우는 27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 뮤지컬 ‘아몬드’에서의 ‘곤이/윤이수’로서 캐릭터에 녹아든 과정을 소개했다.

뮤지컬 ‘아몬드’는 전 세계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에 노래를 입혀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알렉시티미아라는 신경학적 장애가 있는 ‘선윤재’의 성장기를 그린다.

극 중 김건우가 맡은 ‘곤이’는 어린 시절의 상처로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소년이다. 시간이 흘러 가족을 찾았지만, 여전히 사랑을 갈구한다. 거친 언행으로 반항하던 그는 ‘윤재’를 만나면서 점점 연민과 이해하는 법을 배워간다.

올해 재연으로 돌아온 ‘아몬드’는 초연보다 규모를 줄인 것은 물론 스토리와 넘버 등 장치적인 요소들을 전면 개편했다. 감동을 더욱더 섬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모든 요소를 업그레이드했다.

이번 시즌에 ‘곤이’로 합류한 김건우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크다. 그는 “나에게는 초연이기 때문에 내가 해내야 하는 몫이 있다”며 “소설을 보면 ‘곤이’는 거칠고 욕을 많이 하면서 1차원적으로 표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윤재’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준비 과정을 떠올렸다.

‘곤이’의 단순 변화보단 인물이 숨기고 있는 내면의 감정을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자칫 분노조절장애로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으로 극을 끝내고 싶지 않다.

김건우의 ‘곤이’를 본 관객들은 “‘손명오’처럼 찰지게 욕한다”며 그의 연기를 칭찬했다. 하지만 관람 등급이 8세 이상이어서 부모님 손잡고 온 초등학생 관객들도 많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건우 역시 걱정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그가 만든 ‘곤이’의 콘셉트를 순화시킬 순 없다는 것이 배우로서의 입장이다. 그래서 관객들이 캐릭터에 좀 더 공감할 수 있도록 그만의 연구를 거듭했다.

‘곤이’를 가두는 사랑의 결핍에 대해서는 “‘윤재’처럼 병명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하지만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당신들이 나에게 주지 못했던 사랑을 다른 방식을 표현할 거라며 거칠게 대한다. 하지만 ‘윤재’를 만나면서 바뀌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배우의 기량으로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데, ‘곤이’가 가진 결핍을 중심으로 상황들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곤이’의 등장 장면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김건우는 “카리스마 이상으로 상종하고 싶지 않은 아이의 느낌을 잡으려고 거칠게 시작하려고 했다. 그 높이가 높아야 변화되는 과정이 더 잘 보일 것 같았다”고 전했다.

어쨌든 그의 대사에는 험한 말들이 자주 나온다. 이에 대해 “안 하느니만 못한 욕도 존재하기에 연기할 거면 찰지게 잘해야 한다. 직접 듣는 것처럼 ASMR 수준으로 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무반응인 ‘윤재(문태유·윤소호·김리현)’ 덕분에 실감 나게 ‘곤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오히려 나와 똑같은 에너지로 화를 내면 누그러들기도 하는데, 반응이 없으니 더 화를 내는 것 같다”며 자연스럽게 터지는 연기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김건우가 전하고 싶은 것은 ‘곤이’의 평범함이다. 그는 “중간중간 책방에 대한 애정도 보인다. 객석에서 봤을 때 그 변화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윤재’에게 내 마음이 동화돼서 그 나이대(고등학생)처럼 보이게 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그 나이대로 보이고 싶지 않아 센 척한다. ‘도라’에게 ‘윤재’의 관심을 뺏겼을 때 오는 질투와 서운함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애정 표현에 서툰 ‘곤이’에게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아몬드’는 오는 12월14일까지 서울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