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강하늘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말까지 총 여섯 작품으로 대중을 찾아왔다. ‘월간 강하늘’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러면서도 매 작품 얼굴을 갈아 끼우니, 매번 새롭고 반갑다.
강하늘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올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된 ‘퍼스트 라이드’에 대해 “3, 4년간 찍은 작품들이 모두 끝났다. 앞으로 2, 3년은 조용히 살지 않겠나. 올해의 종착역에 도착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퍼스트 라이드’는 끝을 보는 전교 1등 출신 태정(강하늘 분), 조금 부족하지만 해맑은 도진(김영광 분), 잘생긴 연민(차은우 분), 주지 스님의 아들 금복(강영석 분)과 사랑스러운 옥심(한선화 분)까지 24년 지기 친구들이 떠나는 첫 해외여행을 담은 코미디 영화다. 29일 개봉했다.

강하늘과 남대중 감독은 지난 2023년 ‘30일’ 이후 2년 만에 재회했다. 다만 친분이 강하늘을 ‘퍼스트 라이드’로 이끈 것은 아니다. “대본이 별로였으면 안 했을 거예요. 근데 너무 재밌잖아요. 기발한 상황들이 자꾸 나오더라고요”라는 강하늘의 말처럼 이번 작품은 운명적으로 이끌렸다.
‘퍼스트 라이드’는 대놓고 코미디 영화다. 그러면서도 코미디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단 예측불허한 웃음을 선사한다. 다섯 친구가 쉴 새 없이 주고받는 티키타카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동시에 이를 살리는 것은 온전히 배우의 몫이다.
강하늘은 “기발한 상황이 나타날수록, 뜬금없이 터지는 웃음 포인트에 오히려 ‘엥?’ 하게 될 때가 있다”며 “하지만 그걸 풀어내는 것이 연기자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보면서 ‘여기서 이런 상황이?’ 정도의 톤을 맞춰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혼자만의 노력은 아니다. 주인공 다섯 인물 모두 개성이 뚜렷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케미’가 살아나면서도, 서로에게 묻히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했다.
그래서 강하늘이 선택한 것은 ‘중재자’였다. 작품 속 태정은 다섯 친구를 이끄는 리더이면서 가장 핵심 인물이다. 각 인물의 개성을 받쳐주면서도 모두와 ‘케미’가 있어야 했다.
강하늘은 “다인원이 출연하는 작품에선 항상 포지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물들 속에서 중재자를 해야 하는 건 태정이 같더라”며 “한 장면의 총량이 있을 때 튀어야 하는 인물이 그만큼 가져가면 나머지는 그 친구를 서포트해줘야 한다. 이번 작품에선 모두 그 역할이 잘 맞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본래의 성격 역시 중재자에 가깝다. 실제 절친도 사총사다. 자연스럽게 태정에게 녹아들 수밖에 없다. 극 중 태정이 친구들에게 “다음에, 다음에 보자”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자기 모습을 되짚었다.
강하늘은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최근에 이런저런 바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연락을 못했다. 미안해지기도 했다. 스스로 반성이 되더라”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강하늘은 지난해 말 ‘오징어 게임2’를 시작으로 올해 영화 ‘스트리밍’ ‘야당’ 지니TV ‘당신의 맛’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3’와 이번 ‘퍼스트 라이드’까지 그야말로 ‘열일’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빚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강하늘은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하는 거죠. 연기자는 누가 찾아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라고 웃음을 보였다.
작품마다 얼굴도 새롭다. 지질한 코미디 연기부터 마약 중독자, 대기업 임원까지 다채롭게 오갔다. 신작마다 얼굴을 바꾸니 ‘천의 얼굴’로 불릴 만하다.
“천의 얼굴이요? 그건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부담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얼굴인 것 같긴 해요. 저 그냥 시키는 거 다 잘해요. 열심히 하니까 감독님들이 찾아주시는 거 아닐까요.”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