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 KS 3차전 1.2이닝 무실점

오랜만에 경기 ‘마무리’

김서현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친형’ 김지현 불펜포수에 “가장 미안해”

김서현 “앞으로는 더 안전하게 막아낼 것”

[스포츠서울 | 대전=박연준 기자] “그동안 너무 힘들었습니다.”

한화 마무리 김서현(21)의 눈물이 대전 하늘을 적셨다. 시즌 막판부터 무거운 ‘프로의 무게’를 느꼈다. 정규시즌 33세이브(리그 2위)를 거뒀다. ‘철벽 마무리’로 불렸다. 가을은 달랐다. 연속 경기 홈런을 얻어맞았다. 무너진 자신감, 쏟아진 비난. 견디기 벅찼다. 그래서 이날의 호투가 더욱 벅찼다.

김서현이 마침내 제 모습을 되찾았다. LG와 한국시리즈(KS) 3차전에서 1.2이닝 무실점을 적었다. 최고 시속 154㎞ 속구를 뿌리며 LG 타선을 틀어막았다. 그동안 못 던진 날이 너무 많았다. 경기 매듭을 지은 뒤 마운드 위에서 울컥했고, 더그아웃에 내려오자 눈물이 터졌다.

김서현은 “SSG전부터 자신감을 잃었다. 많이 위축됐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말끝이 떨렸을 정도로 그의 지난 나날들이 힘겨웠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잔혹한 부진을 겪었다. 문학 SSG전에서 9회 두 타자 연속 홈런을 맞았다. LG에 정규시즌 우승을 내준 결정적인 장면이다. 그때부터였다. 플레이오프 삼성전에서도 연속 홈런. ‘홈런 공포증’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자신감은 무너지고, 각종 SNS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가족까지 상처받았다.

특히 그의 친형 김지현 불펜포수는 동생의 부진을 향한 악성 댓글 세례를 버텨야 했다. 김서현은 “일부 팬에게 나와 같이 악플을 받았다. 아무런 잘못 없는 형에게 미안했다. 가족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도 아무 말 못 했다. 경기 끝나고 형이랑 껴안고 울었다”고 했다.

그동안 김경문 감독은 흔들림 없이 그를 감쌌다. “김서현이 잘 던져야 우리가 우승할 수 있다. 선수를 죽여선 안 된다. 질타는 옳지 않다”고 했다. 끝까지 믿었다. 그 믿음이 김서현을 다시 세웠다.

김서현도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 이제 더 안전하게 던지고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흔들림의 순간이 많았다. 결국 버텨냈다. 그것이 ‘특급 마무리’의 조건이다. 멘탈이 흔들릴수록 단단해지는 것이 투수다. 값진 경험을 한 셈이다.

가을의 눈물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각오다. 이제 남은 시리즈에서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일단 확실한 계기를 만들었다. 눈물로 다져진 21살의 어깨가, 한화의 마지막 희망을 짊어진다.

김서현도 “자신감을 얻었다. 많은 분께 감사하다. 앞으로는 더 안전하고 더 훌륭한 공을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