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끝나지 않은 전쟁, 김포 황제의 반격이 시작됐다.”

경륜 황제 정종진(20기, SS, 김포)이 마침내 라이벌 임채빈(25기, SS, 수성)을 꺾고 왕좌를 탈환했다. 지난 6월 왕중왕전 우승 이후 연패에 시달리며 주춤했던 정종진은 광명스피돔에서 열린 경륜개장 31주년 기념 대상 경륜 결승전에서 완벽한 복수극을 완성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사흘간 열린 ‘미리 보는 그랑프리’였다. 선수들은 연말 빅무대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준결승부터 일찌감치 맞붙은 정종진과 임채빈의 대결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정종진이 선행으로 흐름을 주도했지만, 막판 임채빈의 폭발적인 추입에 역전을 허용하며 2위로 결승에 올랐다.

당시까지만 해도 ‘결승도 임채빈의 무대’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승에서의 정종진은 달랐다. 김포팀 공태민(24기, S1, 김포)과 김우겸(27기, S1, 김포)을 앞세워 완벽한 팀워크를 구성, 냉정하게 레이스를 풀었다.

김우겸이 타종과 함께 강하게 선행을 치자 정종진은 흐름을 조율하며 절묘한 추입 타이밍을 노렸다. 결국 막판 스퍼트에서 임채빈의 추격을 여유 있게 뿌리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4개월 만의 대복수이자, ‘황제의 클래스’를 다시 증명한 순간이었다.

우승 후 정종진은 “6월 왕중왕전 이후 오랜만의 우승이라 감회가 새롭다. 김포팀 세 명이 결승에 올라 앞선 주도권을 잡은 게 컸다”며 “기회를 잘 포착했고, 타이밍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추워지는 날씨에도 꾸준히 훈련하며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팬들의 응원에 감사드리고, 연말 그랑프리에서는 반드시 다시 한번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경륜 예상지 ‘경륜박사’ 박진수 팀장은 “정종진이 이번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통산 상대 전적은 아직 5승 20패로 임채빈이 크게 앞서 있다”며 “다만 최근 5경기만 보면 2승 3패로 호각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남은 일정은 약 50일, 그랑프리 우승자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발급 결승에서는 김도완(23기, B1, 경기 개인)이 막판 추입으로 역전 우승을 거두며 우수급 특별승급의 기쁨을 맛봤다. 우수급 결승에선 김태율(28기, A1, 창원 상남)이 외선 추입으로 생애 첫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6월 왕중왕전 이후 8월 창원 특별경륜, 9월 대상 경륜, 그리고 준결승까지 내리 고개를 숙였던 정종진이 마침내 반전의 한 방을 터뜨렸다. 이번 우승으로 임채빈과의 ‘세기의 라이벌전’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륜 황제의 부활, 그리고 수성의 괴물과의 재대결. 연말 그랑프리, 두 거인의 마지막 승부가 이제 시작된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