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구 이화여대 경영대학 인사조직전략 명예 교수, “경쟁우위는 AI가, 존재우위는 인간이”

리더십은 더 이상 지식이나 권한의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를 대신하고, 효율이 인간성을 압도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무엇이 진정한 리더십인가’를 다시 묻는다. 스포츠서울의 ‘창조리더의 시대, 아레테’ 인터뷰 시리즈는 머리보다 몸과 마음, 정신이 통합된 ‘전인적 리더십(ARETE)’의 의미를 탐색하는 여정이다. 각계의 리더들이 들려주는 통찰은 성과 중심의 시대를 넘어, 진정성과 윤리, 회복탄력성과 초월의 가치를 되살리는 새로운 리더십 패러다임을 제시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AI 시대, 대체불가능한 인간의 영역

“인공지능이 촉발한 초뷰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HR의 화두는 대체불가능한 인력입니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대학 인사조직전략 명예교수는 AI 시대 리더십의 핵심을 ‘존재우위’로 규정한다.

“AI가 잘하는 것은 빅데이터 분석, 최적화 알고리즘, 패턴 인식, 효율성 극대화입니다. 반면 인간 리더의 강점은 직관적 의사결정, 비전과 영감 제시, 가치 기반 리더십, 신뢰와 공감대 구축입니다. AI는 ‘경영 과학’에 관한 일을 잘 할 수 있지만, ‘경영 예술’은 영원히 불가능합니다.”

세 석공의 비유가 던지는 질문

윤 교수는 세 석공의 비유로 AI 시대 인간의 차별성을 설명한다.

“세 명의 석공이 있습니다. 첫 번째 석공은 강제 노역에 동원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틈만 나면 도망갈 궁리를 합니다. 두 번째 석공은 생계 때문에 일합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생각하죠. 첫째 석공만큼이나 일하기 싫지만 생계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세 번째 석공은?

“마지막 석공은 공사장이 성전을 복원하는 장소라는 이야기를 들은 석공입니다. 성전이 복원되면 믿음을 잃었던 사람들이 다시 믿음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헌신해서 일합니다.”

윤 교수는 이렇게 강조한다.

“대리인 AI는 기계이자 수단입니다. 하지만 대리인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인력은 일하는 목적을 찾아 주인으로 일하는 석공입니다. 공의로운 목적을 스스로 찾아 집행하는 셋째 석공은 충실한 수단인 인공지능이라는 유사인간이 대체할 수 없습니다.”

기술의 민주화 시대, 존재우위가 답이다

윤 교수는 21세기 경영의 패러다임을 “기술의 민주화”로 진단한다.

“경쟁우위라는 이름 하에 쓰이던 많은 기술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값싼 비용으로 제공할 것입니다. 기술의 민주화로 경쟁우위가 상수가 된 세상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차별화는 인간이나 기업이라는 주체가 상수인 기술을 딛고 서서 자신의 대체 불가능성을 증명해내는 존재우위의 차별화입니다.”

그가 말하는 존재우위란 무엇인가.

“인간이 말과 달리기를 경쟁해서 이길 방법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승부는 경쟁우위를 가진 말에 올라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달리게 할 수 있는 기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우위를 가진 사람입니다. 기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우위를 가진 사람입니다. 경쟁우위에 존재우위를 직조해서 대체불가능한 주체가 되는 것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명과 목적의 울타리가 사라진 회사

세 번째 석공의 마음이 사라지는 이유는 오랫동안 신자유주의 대리인 이론에 의해 세뇌당한 회사의 거버넌스 문제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자신들이 반드시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와 목적에 대한 성전을 복원하는 스토리가 사라지면 회사의 운동장에 사명과 목적의 울타리가 사라집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던 사명과 목적의 울타리가 사라지면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 실종됩니다.”

윤 교수는 이렇게 경고한다.

“사명과 목적의 울타리가 사라진 회사는 알고 보면 운동장 밑에는 협동이라는 미명 하에 정치적 연줄로 파놓은 토굴 투성이입니다. 이들은 토굴을 파고 토굴이 무너지지 않게 연대하고 보수하는 일을 일이라고 주장해가며 가짜 일에 많은 시간을 쏟습니다.”

리더의 역할: 지시자에서 의미 창조자로

리더의 역할이 ‘지시자’에서 ‘의미 창조자’로 바뀌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윤 교수는 세 석공의 이야기로 답한다.

“마지막 석공은 일터가 성전을 복원하는 장소라는 이야기를 들은 석공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말과 달리기를 경쟁하지 않고 말에 올라타 달리다가 자동차라는 새로운 차원의 달리는 수단을 혁신적으로 창조해 세상을 더 높고 평평한 곳에 세상의 운동장을 옮깁니다.”

리더가 이들을 동기화시키기 위해 제공해야 할 리더십은 무엇인가.

“지금 하는 일이 성전을 복원하는 일이고 회사가 이런 일을 사명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맥락화시키는 일입니다.”

기술이 아닌 ‘인간성’이 중심이 되는 리더십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이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존재하는 것들을 연결해 완벽한 수평적 통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윤 교수는 단호하게 말한다.

“이런 수평적 통합이 만들어진 운동장이 그 자체로 더 높고 평평한 운동장으로 저절로 진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변화에서 파생된 불확실성의 문제를 해결해가며 운동장에 미래를 향한 기둥들을 세우고 이 기둥 위에 상판을 얹어서 더 높은 곳에 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것은 결국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있는 것을 가지고 수평적으로 통합해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것은 기계나 기술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불확실성을 극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플러스 섬의 원천인 미래를 창조하는 것과 지금 시스템 속에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해 시스템 위에 인간을 주인으로 세울 수 있는 것은 리더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경쟁우위에서 존재우위로

윤 교수는 인터뷰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은 역량이나 기술의 경쟁우위의 문제를 인간보다 더 싼 비용으로 더 잘 해결해줄 개연성이 높습니다. 인간은 이들 인공지능 에이전트와 경쟁하기보다는 로봇이 제공하는 경쟁우위를 기반으로 자신이 대체 불가능한 존재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의 결론은 명확하다.

“전문성과 기술이 민주화되는 시대 경쟁력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입니다. 이 상수 위에 올라타 인간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달리게 할 수 있는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한 존재우위는 리더십의 충분조건입니다. 인공지능 초뷰카 시대는 모두에게 주어지는 역량이라는 경쟁우위를 날줄로 삼아 공공선을 위한 자신만의 존재우위를 씨줄로 직조해서 자신의 고유한 혼이 담긴 태피스트리를 비전으로 제시할 수 있는 리더가 진성리더이고 진성기업입니다.”

[대담자: 아레테 리더스 서미트 프로젝트, 정의정 전문위원]

[다음 회 예고]

제3회에서는 ‘머리만 발달한 인간’의 한계를 넘어 몸·마음·정신이 통합된 전인적 리더십의 실천 방법을 탐색합니다. 지식(知識)·지성(知性)·지혜(智慧)의 차이, 그리고 아레테(ARETE)가 의미하는 ‘되어감(Becoming)’의 리더십이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