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우려 속에 시작했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장거리 도전이 1년 만에 ‘성공적인 안착’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유럽 4개 핵심 노선을 이관받은 티웨이항공이 취항 1주년을 기점으로 본궤도에 오르며 LCC 업계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파리, 로마,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등 유럽 4개 노선에서 평균 탑승률 85%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상적인 항공업계의 손익분기점(BEP)인 80%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성수기였던 지난 3분기에는 일부 노선이 만석에 가까운 탑승률을 보이며, LCC의 가격 경쟁력이 장거리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러한 ‘장거리 효과’는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티웨이항공의 올해 3분기 누적 여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이상 급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일본·동남아 노선의 수익성 둔화를 장거리 노선의 높은 객단가로 상쇄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당초 업계에서는 티웨이항공의 유럽 진출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대형기 운영 경험 부족과 초기 잦은 지연 운항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으로부터 임차한 항공기와 숙련된 인력을 바탕으로 지난 1년간 운영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하며 시스템 안정화를 이뤄냈다는 평이다.

티웨이항공의 이 같은 행보는 업계 1위 제주항공과의 경쟁 구도에서도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 제주항공이 B737 단일 기재로 단거리 노선에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정공법’을 택했다면, 티웨이항공은 A330 등 대형기를 앞세워 장거리라는 ‘신대륙’을 개척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이것이 적중한 셈이다.
소비자들 역시 LCC의 장거리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으로 인한 독점 우려 속에서, 티웨이항공이 합리적인 운임으로 유럽 여행의 문턱을 낮추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노후화된 임차 기재를 대체할 신형 항공기 도입과 이에 따른 막대한 투자 비용, 그리고 글로벌 대형 항공사들과의 치열한 서비스 경쟁은 티웨이항공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 1년이 티웨이항공에게는 장거리 운항 능력을 검증받는 ‘수습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FSC(대형항공사) 수준의 정비 인프라와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실전’ 단계”라며 “단순히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장거리 전문 LCC 모델을 완성하느냐가 향후 10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거리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유럽이라는 넓은 하늘로 전장을 옮긴 티웨이항공. 그들의 과감한 비상이 국내 항공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