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메이크업은 개인을 넘어 사회도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어요.”

K-뷰티가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정샘물 뷰티’는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건 아티스트 브랜드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토털 뷰티 기업이다. 메이크업 뿐 아니라 비건 뷰티 스킨케어 브랜드 ‘비긴스 바이 정샘물’, 헤어케어 브랜드 ‘살롱집’,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정샘물 키즈’까지 전개하며 전 연령대를 위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메이크업 브랜드의 경우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몽골, 태국 등 해외 수천 개의 매장에 진출해 있으며, 각국에서 클래스를 통해 메이크업 철학과 기술을 나누어 왔다. 아티스트 정샘물이 설파하는 메세지는 ‘나로부터 시작하는 아름다움’으로, 자존감 회복을 돕는다는 면에서 매우 웰니스적이다. “메이크업의 역할은, 우리 모두가 지닌 고유의 선, 색, 결을 찾아주는 것이고, 다양한 아름다움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힘”이라고 말하며 메이크업의 가치를 강조해온 것. K-뷰티의 진정성을 세우고, 산업의 방향을 이끌고 있는 그를 새롭게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정샘물 101 성수’에서 만났다.
최근 방송 <저스트 메이크업>을 통해 사람들의 메이크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는 게 느껴집니다. 특히 왜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부르는지, 메이크업의 예술성이 알려진 것 같아요.
메이크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죠. 아티스트는 기본적으로 내면이 좋지 않으면 예쁘게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감정이 손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좋은 점들을 한껏 끌어올려야 아름다운 메이크업을 완성할 수 있어요. 그렇게 내면을 다스리는 게 훈련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경연 과정에서도 긍정적 이야기들을 쏟아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또 대중들이 메이크업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 저도 가장 보람차고 감사하게 느끼는 부분입니다.
원장님은 메이크업의 심리적 효과에 대해서도 강조해 오신 분이지요. 키 메세지인 ‘아름다움은 너로부터 시작한다. 너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라’는 메세지는 ‘나다운 삶’을 추구하는 요즘의 웰니스 트렌드와 맞물려 더 깊게 와닿고 있습니다. 십수 년 전에 이러한 철학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스타분들을 보면서 내가 보는 그들의 아름다움과 카메라를 통해 보여지는 모습의 괴리감이 있어 의아했어요. 이 스타의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는데, 화면에서 잘 표현이 안되는 이유에 대해 파고 들었고, 결국 색을 연구하기 시작했지요. 시중에 있는 제품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없었어요. 파운데이션, 립 컬러를 그 스타에게 딱 어울리는 색을 얻기 위해 3~4가지 제품을 섞어 만들곤 했어요. 그렇게 해서 그 스타가 지닌 선, 색, 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발현되는 과정에 몰입했던 시기를 보내고 미국에서 파인 아트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눈동자 색을 기준으로 어우러지는 퍼스널 컬러 연출법을 만들게 됐죠.
오랜 노하우의 결정체인 ‘아이 컬러 파인더’는 눈동자 색상 진단을 통해 그에 맞는 퍼스널 컬러를 찾는 개념이지요. 최근 오픈한 ‘성수 101’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앱을 통해 자신의 눈동자 색을 진단 받고, 그에 맞는 제품 추천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매우 획기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유학하면서 4년 간 인물화를 집중적으로 그렸는데, 눈동자나 모발에 검정색을 못쓰게 하더라고요. 블랙을 표현하고 싶을 땐 보색을 섞어서 만들어 냈어요. 이렇게 색을 분석적으로 보면서, 같은 색상이라도 피부와 눈동자 색에 따라 조화롭거나 이질감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서로 어우러지는 색의 스펙트럼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 자신이 타고난 베이스 색상들을 잘 알면, 그 고유성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줄 색을 찾을 수 있어요.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것이 바로 개성이고, 거기엔 옳고 그름이 없이 모두 아름답지요. 메이크업은 그걸 돋보이게 해주는 과정이고요.
하지만 자신을 부정하는 마음이 큰 사람에겐 ‘당신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아라’는 말이 너무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메이크업을 통해 마음까지 개선됐던 사례를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물론이죠. 저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걸 느껴요. 처음에 무표정하고 경직되어 있던 분들이 메이크업 후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갖게 되지요. 눈빛이 달라져요. 우리는 대부분 우리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점을 지니고 있는지 잘 모르는데,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그걸 짚어주는 사람이죠. “이거 원래 너꺼잖아. 내가 찾아줬을 뿐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이에요.
매일 러닝을 하신다고요. 매끈한 피부와 활력, 또 젊은 세대들과 열린 소틍을 하시는 원장님은 요즘 주목하는 ‘웰니스’ 키워드의 롤모델이십니다. 원장님이 생각하는 웰니스는 무엇인가요?
나 자신과 친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그걸 얻기 위해 실천하는 삶이요. 그러니까 진짜 웰니스는 남의 기준을 좇아서는 안되죠. 내가 그정도 수준이 안되는데 목표를 높게 잡아서도 안되고, 능력이 되는데 너무 저평가하면서 ‘나는 안돼’라고 생각해도 안되고요. 저도 남과 비교하며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돼나?’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타인의 시선이나 기준이 아닌 나의 내면에 집중하다 보니 삶의 태도가 바뀌더라고요. 예를 들어, 누군가 철인 3종 경기를 하는 모습에 나도 도전해보고 싶지만, 그 마음이 앞서 무리하는 게 아니라 지금 내 상황과 상태에 맞게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거죠. 또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스스로에게 “너 오늘 잘했어” 라고 말해줄 수 있는 하루를 보내는 거예요.
올해 해외 매장 확장과 <저스트 메이크업> 출연 등 정말 많은 성과들을 이루어내셨는데요, ‘정샘물’이라는 아티스트이자 브랜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궁금합니다.
‘저스트 메이크업’에 심사위원으로 참여 하면서 가능성 높은 후배들을 많이 봤어요.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이처럼 자기 뼈를 갈아 넣어 끝까지 해 내는 정신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생각해 보게 됐는데, 그 원동력은 결핍인 것 같아요. 역사적으로 주변 국가들의 침략을 겪고 이겨내면서 부모가 자식에게 세대를 이어 가르쳐온 근성이 아닐지요. 저 역시 자만하거나 교만하지 말고,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꼼꼼히 보고 니즈를 충족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나아가 우리 모두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렇게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메이크업을 통해 개개인이 자존감 충만한 마음으로 자기 자리로 돌아갔을 때, 가정, 학교 직장 등 자신의 주변에 긍정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는 마인드셋이 기본값이 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요.
강옥진 헬스뷰티 전문 기자(saeronaiboo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