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이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제도 설계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 중심에서 대한약사회가 ‘환자 안전’과 ‘약사 전문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약사회 이광민 부회장은 24일 기자브리핑에서 “진짜 중요한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향후 정부와의 실무 협의 구도를 사실상 ‘총력전’으로 규정했다.
약사회는 우선 비대면 초진의 처방일수를 5~7일로 제한하는 내용을 하위법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초진 상황에서 영상·대면 정보가 부족한 만큼, 장기 처방을 허용할 경우 오진·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초진 비대면 장기 처방은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오남용 우려가 큰 의약품의 ‘비대면 처방 제한 품목’ 확대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일부 품목만 제한되고 있지만,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특성상 의약품 남용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제한 리스트가 대폭 보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각적 정보가 필수인 질환에 대한 기준도 논란이다. 약사회는 “영상 확보 여부가 진단 정확도의 생명줄”이라며, 영상·사진 확인이 불가피한 질환군은 법령에서 더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약 인도 방식도 뜨거운 감자다. 현재는 거동 불편자 등에 한정해 배송이 허용되고 있다. 약사회는 “배송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되, 정부와 협의해 합리적 조정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 약사회 내부에서는 “배송 범위가 무분별하게 넓어지면 약국 기능이 흔들린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여기에 비대면진료 전담기관의 관리 기준을 하위법령에서 명확히 설정해, 플랫폼 중심의 시장 독주와 환자 관리 사각지대를 막겠다는 구상도 제시됐다. 약사회는 “공공성 없는 플랫폼 난립은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전자처방전 제도 역시 중요한 축이다. 약사회는 이미 복지부에 실무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상태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속도전으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약사회가 자체 구축한 PPDS(약사회 전자처방전 시스템)가 ‘마중물’ 역할을 했으며, 향후 법제화 이후에는 공적 전자처방 시스템 중심으로 정비될 전망이다. PPDS는 이에 따라 지원 역할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민 부회장은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편의성만으로 설계되어선 안 된다”며 “약사는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망이며, 모든 법령 정비 과정에 적극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세는 분명해 보인다. 향후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의료계·약업계·정부 간 치열한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하겠지만,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속도를 내면서 소비자의 편의가 이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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