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 글로벌 제약업계가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허위·과장 건강정보 확산에 대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치료제와 백신을 둘러싼 잘못된 정보가 환자 신뢰를 훼손하고 치료 선택에 혼란을 초래하면서, 제약산업 전반에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제약사의 역할을 단순한 의약품 공급자를 넘어 과학 기반 정보를 제공하는 공공 파트너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SNS와 영상 플랫폼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의료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책임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은 허위정보 대응을 위한 구체적 실행에 나서고 있다. 화이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백신과 관련한 대표적인 허위 주장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실 여부를 설명하는 전용 정보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mRNA 백신이 DNA를 변형한다거나 특정 질환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해 임상 데이터와 규제기관 자료를 근거로 반박하는 방식이다.
제도적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제약사가 온라인상에서 확산되는 의약품 관련 오정보에 대해 사실 기반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허위 주장에 대한 정정 목적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기존의 엄격한 판촉 규제 적용을 완화하면서 제약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과학적 설명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되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WHO, 각국 보건당국, 글로벌 제약사들은 메타(페이스북) 등 주요 SNS와 협력해 백신 관련 허위정보를 차단하고, 신뢰 가능한 출처의 의료 정보를 우선 노출하는 체계를 구축해 왔다. 검색 결과 상단에 공신력 있는 보건기관 자료를 제공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에 경고 표시를 부착하는 방식이다.
임상 데이터와 부작용 정보의 투명성 확대 역시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화이자·모더나 등 주요 제약사들은 백신과 치료제의 임상시험 결과뿐 아니라 실제 사용 데이터(real-world evidence)를 학술지와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하며 정보 비대칭 해소에 나서고 있다. 부작용 감시 체계와 보고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여 과장된 위험 인식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신약 혁신 역시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투명성과 과학적 소통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경쟁을 넘어 ‘신뢰 경쟁’의 시대로 접어든 제약산업에서, 허위정보 대응 역량이 곧 브랜드 가치와 직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gregory@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