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는 ‘악(惡)’을 먼저 꺼내 들었다. 나쁜 놈의 멋진 면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나쁜 짓의 기반은 애국이다. 마약을 팔아서라도 국가의 부를 키우겠다는 독특한 신념, 중앙정보부 부산지부 정보과장 백기태(현빈 분)의 서사로 문을 연다.

곧이어 ‘미친개’로 불리는 검사가 등장한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부산지검 장건영(정우성 분)이다. 올바른 집념을 옳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내니 주위엔 적이 많다. 상사의 정당한 지시도 들이받기 일쑤다. 그의 배경 역시 애국이다. 국가에 해를 끼치는 거악을 때려잡겠다는 신념이다.

영화 ‘마약왕’으로 1970년대 마약 유통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다. ‘내부자들’과 ‘남산의 부장들’을 성공시킨 그는 이번엔 작정하고 칼을 갈았다.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서조차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허튼 장면이나 어설픈 유머를 걷어내고 묵직한 누아르의 톤을 완성했다. 노력과 정성이 분명 엿보이지만, 색다른 시도란 점에서 우려도 공존한다.

전개 방식은 HBO ‘왕좌의 게임’을 연상케 한다. 강력한 인물이 등장해 판을 깔면, 자연스레 다음 인물이 바통을 이어받아 이야기를 확장한다. 백기태가 포문을 열고 이케다(원지안 분)가 얼굴을 비치면, 황국평(박용우 분) 국장이 분노하고, 장건영이 범죄자를 때려잡자 오예진(서은수 분) 수사관이 깔깔대며 나타나는 식이다.

자칫 사건 없이 인물 나열에만 그쳐 지루해질 수 있는 구조지만, 화려한 배우진의 압도적인 아우라가 그 빈틈을 서스펜스로 채운다. 이는 ‘메이드 인 코리아’만의 확실한 강점이다. 앞으로 등장할 요정 마담 배금지(조여정 분)와 대통령 경호실장 천석종(정성일 분), 중정 부산지부 표학수(노재원 분)의 등장 또한 기대감으로 바뀐다.

결국 마약을 파는 자와 잡는 자의 충돌이다. 그 사이 선악의 경계는 무의미해진다. 마약을 파는 백기태는 정갈하고 품위 있게, 검사 장건영은 짐승 같은 광기로 그려진다. 백기태는 차갑고, 장건영은 뜨겁다.

전형성을 탈피한 두 캐릭터의 충돌이 설득력을 얻는 순간, 또 하나의 명작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현빈과 정우성 모두 자신의 강점을 앞세워 캐릭터를 구현했다.

다만, 아직 초반부이고 기세등등하지만, 악에 붙인 품위와 선에 붙인 광기가 얼마나 자연스러울지 여부에 따라 작품의 평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두 배우 모두 막중한 무게 때문인지,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 같아 불안감도 엿보인다.

최근 시리즈물이 10부작을 훌쩍 넘기는 것과 달리 ‘메이드 인 코리아’는 6부작으로 속도감을 높였다. 캐릭터 소개가 끝나면 곧 거대한 사건이 몰아칠 전망이다. 1~2회만으로도 1970년대 야만의 시대를 사는 남자들의 ‘호랑이 기운’이 화면을 뚫고 나온다. 마약을 두고 벌이는 두 남자의 한판 승부, 저절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